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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위상찾기/러,한반도 영향력회복 안간힘(동북아신질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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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위상찾기/러,한반도 영향력회복 안간힘(동북아신질서:4)

입력
199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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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 제의 4자회담 제외 등 최근상황에 당혹감/대북 군사협력 채널복원 시도 북 끌어안기 적극러시아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등 동북아 상황에 상당히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위해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의 중재의사를 단호히 거부했다던가 한미양국이 제의한 4자회담에서 러시아가 제외된 것등을 외교적 「수모」로 느끼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구소련 시절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은 현 위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리는 작업으로 귀착된다. 러시아가 10일 구소련 붕괴이후 처음으로 비탈리 이그나텐코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고위대표단을 평양에 파견, 6년만에 러·북한 경제과학기술공동위를 개최한 것도 양국 관계를 구소련 수준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였다.

러시아의 대북한 관계는 95년 교역규모가 1억달러(러시아의 대북수출 9,000만달러 대북수입 1,000만달러)로 전년도 대비 25%나 급감하는 등 상황이 계속 악화해 왔다.

러시아의 대북관계 개선 움직임은 「이웃나라(북한)와의 선린관계」 회복을 넘어 한반도에서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는 알렉산드르 파노프 외무차관은 평양에서 북한과의 정치 군사적 협력 채널 복원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정책담당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한반도와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이라며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에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해결방식으로 전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포럼」 개최를 제의한 것은 이같은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러시아의 구상을 비켜가고 있는 느낌이다. 러시아측은 4자회담이 한미및 중국간에 상당한 사전교감이 이뤄진 뒤 나온 제안이라는 점을 알고 한국측에도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감정표현은 이번이 두번째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 기득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일이 주도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소외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는 혈맹이었던 북한을 제쳐두고 대한국 관계를 증진시켰으나 결국 스스로에게 칼을 댄 결과를 빚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분위기는 더욱 강경하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하원 지정학위원회 미트로파노프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남북한간 균형있는 정책이 러시아가 옛 위상을 되찾는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측에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촉구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 끌어안기」를 통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되찾기」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의 이같은 공세적 태도는 과거 동서진영간 「냉화」를 한반도로 옮겨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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