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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시리즈 「그들의 포옹」(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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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시리즈 「그들의 포옹」(TV평)

입력
199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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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연출불구 시선모으기 한계/정치소재 특이성은 참신/복잡한 이야기전달 과욕/산만한 전개 후반서 표류사회성을 내세운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선명한 주제 못지않게 흥행적 요소도 필요하다.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가미된다든가 사건이 얽히는등 복잡한 서술구조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시청자로 하여금 주제를 잊어버리게 할 정도가 돼서는 곤란하다.

부패한 정치세력의 정치복귀 음모와 비자금조성을 소재로 한 MBC 미니시리즈 「그들의 포옹」(연출 이은규)은 시사성 강한 소재와 기본기가 탄탄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한 드라마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23일 종영되는 이 드라마는 고아원출신으로 사법연수생이 된 정인이 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배후에 숨겨진 정치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이 기본줄거리를 이룬다.

노름꾼 아버지가 장터에서 객사한 뒤 고아원에 들어간 정인이 그곳에서 같은 고아인 승혜와 동출을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초반부에서 이 드라마는 주제 못지않게 서정적인 화면과 대사로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승혜 어머니 약값을 구하기 위해 원생들이 단체로 황태도둑질을 하는 과정에 정인이 취한 태도등은 뛰어난 구성이었다. 이 장면은 법적용의 허약성과 불공정함을 악용하는 힘의 논리와 법을 통한 정의추구 간에 펼쳐지는 갈등을 암시하는 복선역할을 하기도 했다.

법대생이 된 정인과 정보센터 직원이 된 승혜가 살인사건을 통해 재회하면서 전개되는 후반부에서 이 드라마는 좀 산만해지고 중심을 잃은 듯했다.

부정을 파헤치는 정인과 승혜, 정인과 같은 연수생인 영주의 삼각관계등 너무 많고 복잡한 이야기를 16부작 미니시리즈에 담아내려 한 연출의 과욕 탓일 것이다.

권력의 부패와 그 하수인들의 폭력성을 보여주고자 한 드라마의 논리적 부분과 정인과 승혜의 관계로 요약되는 감성적 부분이 잘 결합되지 못하면서 어느 쪽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셈이다. 요즘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정치적 소재를 택해 의욕적으로 출발한 이 드라마가 후반에 가서 표류하게 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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