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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장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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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장익진

입력
199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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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편집 고정틀 벗어난 새로운 시도 기대/정치기사 홍수속 「의사가 만드는…」 돋보여우리들이 실생활에서 살아가는 데 기온 1도 정도의 차이는 생리적으로는 감지할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느끼지 못한다. 환경적으로도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1도차가 계속되어 연중 평균기온이 1도 정도 높아지거나 낮아지게 되면, 세계적인 곡물생산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관련학자들의 주장이다.

기상캐스터인 조석준의 「기상경제, 기온1도의 변화를 읽는다」라는 책을 보면 미국에서 여름철 월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옥수수 수확량이 11% 감소하고 2도 올라갈 경우에는 24.2%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이러한 기상이론을 신문에 적용해 본다면, 일반적으로 요즈음 신문들이 다 비슷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최고의 신문은 현재에 있어서 다른 신문과는 「조그만 차이」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감시간에 항상 쫓기는 것이 신문이지만 제작진들은 그 「조그만 차이」를 만들기 위해 뼈아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문은 사내에서 상하의 차별없이 자기 신문에 대한 비판적인 토론을 활성화해야 하고,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정기적인 비판의 기회를 만들어 그 비판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일보의 「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지면은 한국일보가 최고의 신문이 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신문을 위한 「조그만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나는 독자들의 의식의 흐름과 심리상태를 보다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그 조그만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식상할 만한 때에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야 한다. 계속되는 사건보도에 있어서도 남보다 다른 시각으로 추적하고, 빠질 때가 되면 미련없이 빠져야 한다. 독자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알려줘야 함은 물론이고 지면구성에 있어서도 독자들의 시각의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면을 반으로 접었을 때 윗부분이 신문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편집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 등 평이한 원칙들을 지킴으로써 바로 그 조그만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1면을 살펴보자. 신문의 얼굴인 1면에 다른색보다 연녹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덕생명」광고의 바탕색, 14일자 사고제목 바탕색, 15일자 좌측단 기사안내바탕색 등이 모두 연녹색이다. 어느틈엔지 우리나라 신문은 사진을 포함하여 컬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컬러를 쓸 때 독자들이 어느 색조를 선호하는지 조사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붉은 색이 하루일과로 지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밤의 색조라면, 연녹색은 따사로운 햇빛이 연상되는 오후의 색조라고 할 수 있다. 「날카롭다」 「빠르다」 「상쾌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색조이다. 1면 편집을 보면, 검정색 바탕의 가로제목이 1면 머릿기사면 검정색 바탕의 세로제목이 사이드톱을 차지하거나, 세로제목이 1면 톱이면 가로제목이 사이드톱을 차지하는 형식에 예외가 없다.

독자들은 변화를 바란다. 정사각형의 제목을 달면 안될까? 검정색 바탕을 꼭 써야 하나? 사진은 직사각형이어야 하며 면가운데에 자리해야만 하나? 원형이나 정사각형이면 안될까? 1면톱의 큰 제목위에 사진이 위치하면 안되는지? 꼭 한국일보만의 고정틀은 아니지만 변화를 바라는 독자들의 마음에 한국일보가 먼저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한국일보가 독자들의 마음을 읽어버린 기사도 있었다. 한국일보가 3월 28일자부터 주1회 2개면에 걸쳐 싣고 있는 「의사가 만드는 건강·의학」은 정치기사에 식상한 독자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하다.

요즈음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두는 건강문제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주는 훌륭한 의학정보관련 기획기사라고 할 수 있다. 전문의사가 직접 만드는 형식도 참신하게 느껴졌다.

총선 전에는 매일 선거기사로 신문을 메우더니 요즈음은 총선 후 정국에 관한 기사들이 지면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정치기사들에 의해 독자들이 질식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이런 때일수록 독자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기사들을 더 많이 발굴해서 실어주었으면 한다.<부산대교수·미플로리다주립대 신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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