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 10위권 출판대국 성장/전세계 연 100여만종 150억권 쏟아져/국내선 1억5천만여권… 질향상이 과제2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점차 영상매체에 밀려나고 있는 책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정해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에는 거리에서의 도서판매등 세계 각국에서 축제와 행사가 벌어진다. 4월23일은 스페인의 카탈로니아지방 사람들이 「성 조지의 날」을 맞아 책 한 권과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 날이자 1616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0월 제28차 총회에서 이 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출판되는 책은 100여만종 150억권. 이중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등 선진국의 발행종수가 75%정도이며 91년 기준 100만명당 출간량은 선진국이 513권, 개발도상국이 55권으로 10대 1 가까운 격차가 난다. 한국은 95년말현재 출판사수 1만1,279개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이며 발행종수 및 부수는 2만7,407종 1억4,418만부로 세계 10위권의 출판대국으로 성장했다. 46년당시 출판사 150개에 발행종수 1,000종에 불과했던 한국은 이제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출판의 질향상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93년 총출판종수는 4만9,757종이며 이중 대중시장용 페이퍼백은 3,564종이 출판됐다. 평균가격은 하드커버의 경우 34.98달러로 92년에 비해 22.4% 감소했으나 페이퍼백은 상승, 수출용은 20.56달러였고 대중시장용은 5.82달러였다. 영국은 93년에 총출판종수 8만대를 돌파,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93년의 8만3,024종은 전년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2000년에는 10만종에 이를 전망이다. 도서평균가격은 24.60파운드로 전년비 4.5% 상승했다.
프랑스는 92년의 경우 3만8,616종을 출간했으며 총출판부수 3억5,400만부로 10년전수준. 종당 인쇄부수는 해마다 줄어 9,181부 수준이다. 독일의 경우 92년 총 6만7,277종을 발행했으며 평균가격은 37.44마르크, 총매출액 148억마르크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94년 발행된 신간도서가 4만8,824종으로 전년비 6.6% 늘어나는등 최근 계속 증가하는 추세. 발행부수를 줄이는 대신 종수를 늘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전략의 영향이다. 판매부수는 8억8,795만부로 6년만에 전년수준을 웃돌았고 판매금액은 3.4% 증가한 1조375억엔을 기록했다. 도서의 출고 평균가격은 1.7% 증가한 1,113엔이었다.
책의 날에 「저작권의 날」이 덧붙여진 이유는 이 날만은 절대로 해적판도서를 사지 말자는 뜻. 국내에서는 고려때 팔만대장경을 완성한 날인 10월11일을 87년부터 「책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각계 3인의 제언
◎책을 골라서 읽자/고전선택이 가장 손쉬운 방법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예술적 성취에 관한 말이지만 값지고 뜻있는 일을 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을 의미함도 되겠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많은 양의 책들을 제한된 시간내에 수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책을 골라서 읽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전을 선택하는 것이다. 고전은 일반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는 것처럼 오래된 책만이 아니라 일급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의 지적인 삶의 경우처럼 책에도 생명이 있다. 책이 고전으로 오랫동안 역사속에 머무르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값지고 훌륭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사회에서 고전만을 읽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신간을 읽을 경우에도 권위있는 서평을 통해 양서로 평가를 받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양서의 선택은 결코 상업적인 광고에만 의존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책을 선택하는 것은 인생을 선택하는 것과도 같다. 책은 실제의 경험보다 중요한, 선택된 경험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책으로부터 질서있는 미학적 경험을 얻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무질서한 경험을 살려 자신을 혼돈의 늪으로 빠뜨리는가는 책에 대한 선택에 달렸다. 쇼펜하워가 말한 바와 같이 「악서를 읽지 않는 것은 양서를 읽기 위한 조건이다」.<이태동 서강대교수·영문학>이태동>
◎책을 더 잘 만들자/글자꼴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책에도 적용된다. 같은 내용이라면 눈에 잘 띄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책이 잘 읽히고 잘 팔린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전자출판과 전자신문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책이 차지했던 영역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책의 체제와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컴퓨터서적의 경우 국제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들은 대부분 참신하고 기발한 디자인의 덕을 본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책디자인은 표지도안을 비롯해 글자꼴과 그 배치, 여백활용, 지면 레이아웃,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또 책의 촉감, 냄새, 볼륨까지도 포함된다.
국내서적의 경우 지금까지 표지디자인에만 집착한 결과 속디자인부문은 뒤떨어져 있다. 이른바 「외화내빈(외화내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의 이미지와 가독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글자꼴은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현재 글자꼴은 100여종류가 상용화하고 있으나 좀 더 미려한 서체 개발이 시급하다. 이같은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글자꼴을 저작권으로 인정해야 한다. 또 97년 출판시장 개방을 앞두고 디자인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출판전문 디자이너 육성에 힘써야 할 때이다.<안상수 홍익대교수·시각디자인>안상수>
◎책,이렇게 다루자/“시대의 문화재” 애정갖고 소장
책은 단순소모품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 사람들 중엔 책을 소모품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학생들도 전공교재를 사지 않고 일부만 복사해서 보고 버리곤 한다. 가치없는 책을 양산하는 출판사들의 책임도 있지만, 책에 대한 독자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다.
책은 정보와 지식이 들어 있는 실용자료일뿐 아니라, 한 시대 역사를 보여줄 문화재이기도 하다. 귀한 책은 영구보존을 위해 따로 제본, 포장하는 등 안전장치를 해야 하고 손상된 책은 제때 제때 수리해야 한다. 서양에선 가족마다 귀중본을 특수제본해 예쁘게 디자인을 해서 소장하기도 한다.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은 습·온도 조절장치 등 현대적 방재설비를 갖춰 책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열람이 잦은 대중본은 미의회도서관처럼 특별포장하거나 특수화학처리해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비열람용 도서를 따로 마련하는 것도 열람으로 인한 훼손을 예방하는 방안이다.
책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우선 책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나는 무턱대고 이 책 저 책 모을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수집할 것을 권하고 싶다. 조상의 족보나 문집만 모은다거나 고향에 관한 책, 과학서적, 잡지 창간호 등 특정 주제를 정해 책을 모으면 관심도 생기고 보관에도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여승구 한국고서협회장>여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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