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모임에서 한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지난 선거에 잘 아는 사람들이 몇명 출마했는데, 선거운동을 지켜보면서 정말 보통사람은 못 할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본인이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가족의 고생은 말할수 없고, 낙선하여 빚까지 진 경우에는 가정이 쑥대밭이 되더라구요. 내 남편이 정치한다고 나서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남편에게 인사까지 했다니까요』
그의 말에 모두 동감이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사람들은 선거 때마다 출마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출마중독증」에 걸리기 쉬운데, 출마이외에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훌륭한 직업을 팽개치고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총선 출마자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이 사람은 또 왜 나왔지』라고 혀를 차는 경우가 많은데, 아까운 사람이 정치병에 걸려 신세망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 때 잘 아는 후보가 길에 서서 오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절하는 것을 보면서 늘 고개를 돌리곤 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거기 서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당선 가능성도 낮은데 그 고생을 하는 것이 안쓰러웠기 때문이지요. 그는 전에 국회의원을 몇차례 지냈지만, 본래의 자기 일을 계속했더라면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 더 유익했을 거예요』
『그 전에 몇번 출마했던 친구 남편이 이번엔 출마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의 인사가 모두 축하한다는 말이었어요. 불출마 축하를 마치 당선 축하처럼 했으니 얼마나 재미있어요』
국회의원 출마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모두 정치를 외면하고, 모든 아내들이 『출마하려거든 이혼장에 도장 먼저 찍으라』고 남편을 윽박지른다면, 정치는 누가 할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치가 적성에 맞는 사람들만 나서라는 것이다.
천성적으로 봉사정신이 있어 대중을 위해 일하는 것이 즐겁고, 사회개혁을 위해 헌신할 각오와 아이디어가 있고, 공공의식과 정의감이 있고, 청빈하게 살 자신이 있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을 줏대가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입후보해야 한다. 머리가 좋지만 이기적이고, 소신은 있지만 용기가 없고, 정의감은 있으나 타산적이고, 안락하게 살기위해 돈이 필요한 사람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일이 국회의원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일요일 점심모임에서 아내들은 「출마할 생각이 없는 고마운 남편」을 위해 합동으로 근사한 점심을 사자고 결의했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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