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는 사업전망, 기업재무구조 등으로 보아 회복가능성 있는 부도기업에 대해 소생의 기회를 주는 비상구제조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수혜기업 그 자체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법정관리중 지난 16일 부도를 낸 유가공업체인 서주산업과 지난해 12월 부도와 더불어 법정관리인이 투신자살까지 한 섬유업체 논노가 대표적인 사례다.특히 서주산업의 부도는 논노의 부도가 있은 지 불과 4개월여만에 일어난 것이고 보니 법정관리업체뿐 아니라 법정관리제도 그 자체에 대한 공신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법정관리제도의 운영전반에 대해 철저히 재검토, 결함과 미비점을 개선·보완함으로써 법정관리업체가 부도를 내는 사태를 방지해야 겠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서주산업의 불법어음유통 등 비리는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검찰이 서주산업전회장 윤석민씨와 법정관리인대리인 이관희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하고 회사관계자 10여명을 소환조사중인 것으로 봐 사건전모가 엄격히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윤석민씨 등의 혐의는 95년10월부터 96년4월사이에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3백22억원 상당의 융통어음 2백95장을 불법으로 발행, 사채시장을 통해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한 이 자금의 일부가 청주흥덕지구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윤석민씨의 선거자금으로도 유출됐을 지 모른다고 보고 이 점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든 법정관리업체가 법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어음을 발행, 유통시켰다는 것은 중대한 법정관리법 위반이다. 법정관리법중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의 하나를 위반한 것이다. 윤씨의 전격적인 구속이 마침 낙선된 직후라 잘못 비쳐질 수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설령 그가 당선됐었다 하더라도 법의 잣대가 달라져서는 안됐을 것이다.
서주산업 사건은 논노의 부도와 더불어 법정관리의 핵심적인 맹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법정관리는 기업경영에 밝지 못한 법원이 기업의 관리를 맡는 것이므로 법정관리인의 선정이 극히 중요한데 대부분은 기업을 부실화 시킨 장본인인 경영주의 측근을 법정관리인으로 지정해 왔다.
새로 경영의 책임을 맡은 법정관리인은 명색만 경영자이지 경영주의 하수인에 불과, 경영개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서주산업의 경우도 법정관리인이 실경영주인 윤석민씨의 외삼촌이고 법정관리인대리도 고종사촌이다. 법정관리는 기업은 살리되 부실경영을 가져온 기업주는 철저히 배제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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