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전도 중진실세 견제등 “가시밭길” 예고신한국당의 수도권선대위원장으로 4·11총선에서 당의 수도권 선전에 기여한 박찬종 전의원의 요즈음 행보는 한가로움을 넘어 초연함마저 느껴진다.
지난18일 필리핀을 방문, 라모스대통령과 만났던 그는 21일부터 9박10일의 일정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행선지는 다산 정약용선생이 18년간 귀향살이를 했던 강진과 해남, 목포등 전남의 도서지역과 경북내륙의 고추재배단지및 폐광촌등이다. 이 여행에는 출판사직원 한명도 수행한다. 박전의원의 행적과 민초들과의 대화내용을 정리해 에세이집을 출간하기 위해서다. 그는 『약 한달간 전국의 오지를 돌아보고 「국토순례기」같은 것을 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계획에 대해서도 『계속 백의종군하는 거지 뭐…』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대권도전의사에 대해선 『연말까지는 대권논의가 적절치않다』고 강조한다.
박전의원의 이런 조용한 처신은 평소 그의「튀는」 정치스타일에다 세대교체의 흐름이 크게 부각된 총선결과를 들어 『선거가 끝나자마자 무언가 일을 낼 것』이라던 일반의 예상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는 그가 차기대권 레이스와 관련한 여권핵심부의 기류와 변수들을 나름대로 통찰한 결과로 보인다. 박전의원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는 1차적 요인은 역시 김영삼 대통령이다.
박전의원측은 여권의 속성도 그렇고, 특히 김대통령 특유의 리더십에 비추어 대통령의 의중이 차기후보의 향배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더욱이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박전의원으로서는 김대통령의 「낙점」이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의 조용한 처신과 「대권논의유보」주장은 김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나에 대해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내가 얼마나 조직에 잘 융화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겠다』 『지금까지는 만드는 정치를 했지만 이제부터는 기다리는 정치를 하겠다』는 언급에서도 달라진 그의 스타일을 엿볼수 있다.
그러면서도 박전의원은 자신의 야심과 대권구상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그는 이번 총선과 관련, 『서울에서는 나와 DJ(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대결이었다. 서울시장선거에서는 내가 졌지만 이번엔 승리해 1승1패가 됐다』며 「DJ와의 대결」을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대권후보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주요당직자와 지구당위원장이 대의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현행제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명실상부한 자유경선이 이뤄진다면 자신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세대교체 여망이 가시화한 만큼 대권후보군중 유일한 50대인 내가 제일 유리한 것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같은 영입파인 이회창 전총리의 상승세와 당내 중진실세들의 견제구에 맞서야 하는 그의 앞길은 순풍보다는 역풍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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