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미실리챙기기 장기화의도 뚜렷/미선 「4자회담 반응떠보기」 가능성한미공동으로 제의한 4자회담과 맞물려 관심을 증폭시킨 베를린 북·미 미사일 회담이 20·21일 이틀간 협의로 일단 첫 라운드를 마쳤다.
이번 회담은 철저하게 비공개리에 진행돼 회담 내용이나 성과가 일체 공표되지 않았다. 과거 제네바 북·미 핵회담과 달리 이번 미사일 회담은 한국정부측이 공식경로에서 빠진 가운데 열렸고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핵회담 때는 한국 당국자들이 현지에 파견돼 미대표로부터 회담진행 상황을 브리핑받고 입장도 전달할 수 있었으나 미사일 회담에서는 미 국무부가 현지보고 내용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통보해주는 게 고작이다.
이번 회담내용과 관련, 특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4자회담에 대한 북한측 반응이다. 4자회담 제의가 나온후 북한과 미국이 처음 마주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미국무부는 이번 회담에 앞서『의제는 미사일 문제에 국한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미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이 한국을 제쳐놓고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협의를 벌였을 공산은 희박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성격이나 개최시기등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4자회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하고 있다.
사실 북한의 미사일 개발및 수출문제는 한반도 안보문제, 다시말해 이번에 한미양국이 제의한 4자회담의 주요변수중 하나다. 북한 미사일문제는 세계안보에 대한 위협차원에서 다룬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입장이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이같은 시각에 동의했을리 만무하다.
이번 베를린 회담에서 북한은 자위권 논리를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돼 있고 북한이 오래전부터 제의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거부되고 있는 마당에 자위적 수단의 미사일을 포기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는 4자회담에서 별도로 논의될 수 있다고 의사타진을 했으나 북한은 미사일문제가 북·미간 제반 현안의 테두리내에서 포괄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계속될 미사일회담을 4자회담, 평화협정 체결문제 등과 연계시켜 북·미관계정상화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4자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이 이례적으로 「검토중」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가부간 답변없이 뜸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이형철 외교부 미주국장은 이번 회담의 성과 등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 일체 함구하면서 각국 보도진에게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협상을 단기속결전 보다는 장기전으로 끌고가며 군사·경제적 이익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를 진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이번 베를린회담은 북·미 양측이 각각 상대방에게 화두를 던지고 의중파악에 주력한 제1라운드 탐색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베를린=송태권 특파원>베를린=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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