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참관·모임통해 교육방식 등 건의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운영에 100% 반영되는 민주주의 고교가 있다. 바로 강북구 미아동 창문여고(교장 김귀년)이다.
이 학교는 학부모들을 못살게군다. 한달에 한번씩은 꼭 불러 아이들 공부하는 모습을 참관케 한다. 보통 한번에 150여명 정도가 수업을 보러 온다.
학부모들은 노트와 볼펜을 들고 자기 자녀가 소속된 반으로 가서 수업을 모니터한다. 수업이 끝나면 교육방식에 대해 교사와 즉석 토론을 벌인다.
학부모들이 서로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모임도 생겨났다. 이 학교 학부모 모임은 유명무실한 다른 학교의 육성회와는 달리 학교운영에 핵심이 되는 중요한 사안을 교장에게 건의하고 있다. 더 좋은 교육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조를 짜서 다른 학교를 견학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의 학교운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0년전부터 「어머니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시험기간과 방학 때 생물 화학 환경 등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한두번 학교에 나오다가 학교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학부모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 교사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학교에는 「동료장학사」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같은 과목 교사들이 서로 수업을 참관해 평가하고 더 좋은 방식을 찾는 제도이다.
이렇게 교사들에 의해 결정된 교육방식은 중간과정 없이 교장에게 전달되고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학교측의 노력도 대단하다. 한학기에 한번씩 교장은 반장과 부반장들을 모아 놓고 대화모임을 갖는다. 무슨 얘기도 할 수 있고 어떤 요구도 할 수 있다. 이 자리에 교사는 참석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표명을 위해서이다.
학교상담실에는 무려 5명의 교사가 상주하고 있다. 학교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얘기도 듣고 공부나 이성교제같은 개인적인 문제도 해결해준다.
이 학교 양교석 교감(55)은 『학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도, 학생이 교장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우리학교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학교운영을 열어 젖힌 까닭에 학사 성적 수업 등에 불만을 터뜨리는 학부모나 학생이 거의 없다』고 자랑한다.
또 교사들은 『처음에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의견에 지나치게 끌려다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상호신뢰감이 생겨 오히려 관계가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유병진 기자>유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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