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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남긴 교훈/노진환 정치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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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남긴 교훈/노진환 정치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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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개혁과 역사바로 세우기를 앞세운 여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여소야대의 결과인데 어째서 여당의 승리냐는 반박도 나온다. 혹자는 이번 선거결과가 여권에겐 오만해지지 않을 정도, 야권에게도 결코 좌절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견제의석을 부여했다고 해서 「신황금분할」이라고도 한다.이번 선거결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는 투표율이 63·9%로 역대 선거사상 최저의 기록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세 사람가운데 한 사람꼴이 기권한 셈이다. 물론 외관상으로는 선진국 선거의 수치와 비슷해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산업화와 정치안정의 속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투표율이 저하되어 왔지 우리처럼 일거에 10%정도가 뚝 떨어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고도의 산업화 사회에서 생겨나는 정치적 무관심과 근래들어 우리사회에 짙게 퍼진 정치불신 내지는 혐오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정치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 할줄 알아야 한다』고 떠든다. 또 싫어하는 집단으로 정치인을 곧 잘 지칭한다. 모였다 하면 3김이야기이고 술좌석에서 정치는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고급화할수있고, 자질없는 정치인을 걸러낼수있는, 유일한 기회인 투표권행사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세 사람당 한명꼴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유권자의 의식이 이럴진대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한 과제이다. 정치인이 두려워해야 할 국민이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113명이나 되는 신진인사의 등장이다. 3김퇴진론이 선거기간내내 가장 뜨거운 쟁점이어서인지 약 40%의 당선자가 신인이었다. 기성정치를 불신하는 여론의 확산, 다선의원에 대한 싫증,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등이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선 혹은 중진인사들을 탈락시킨 유권자들의 판단이 다 옳았는 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해 의구심이 든다. 예컨대 유권자들이 재개발약속을 하는 후보에게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무조건 표를 던진 집단이기주의 경향은 없었을까. 또 검증되지 않은 허황된 공약에 현혹돼 귀중한 한표를 행사한 경우는 없었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

결국 이번 선거도 지역할거구도의 재현이었다. 3김씨 주도의 패거리정치가 선거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지역출신 김씨가 공천한 사람이면 눈을 딱 감고 찍었다. 후보의 능력이나 인물됨됨이가 어떻고, 정견이 어떻다고 따지는 것은 시간낭비일 따름이다. 적어도 3김씨의 텃밭이라는 충청도, 전라도, 부산·경남은 대부분 선택의 기준이 이들 3김씨의 공천여부였다. 가급적이면 「우리군사람」, 「우리시출신」을 선호하는 소지역대결양상도 많았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장풍 북풍이 맞받아치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는 하나 큰 후유증없이 막을 내렸다. 이제 싫든 좋든 우리가 선택한 선량에게 앞으로 4년간 국정을 위임했다. 이제부터라도 이들에 대한 성적표를 차근차근 매겨가자. 그리고 4년후엔 채점된 이 성적표에 따라 선택을 하자. 정치를 고급화하고 선진화하는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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