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18일 청와대에서 만나 여야 영수회담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들은 칼국수를 먹으며 배석자없이 2시간10분동안 회담했고, 회담이 끝난후 모두 만족한 표정이었다고 한다.두사람은 김대중총재가 준비해 간 14항목의 안건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는데, 발표된 대화내용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재확인할수 있다. 대통령은 대선자금 공개, 세대교체, 내각제 개헌등에 대해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고, 대화상대가 김대중총재라는 점 이외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그들의 만남에서는 본론보다 「양념」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서로 「당신」 혹은 「자네」라고 부르며 격의없이 대화했고, 『과거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하던 우정을 변치 말자』는 다짐도 나왔으며, 몇가지 사소한 오해를 풀었다는 것등이 바로 이번 회담의 양념들이다.
40대에는 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겨룬 라이벌이었고, 50대에는 서로 의지하여 민주화 투쟁에 목숨을 걸었던 동지였고, 60대의 어느날 다시 라이벌로 돌아가 대통령 선거전에서 두번이나 싸웠던 그들은 92년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로 갈린후 4년이나 만나지 않았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우정」을 말했으나, 그들의 오랜 애증관계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무슨 우정?』이라고 반문하고 있다.
군사독재가 계속되는 동안 그들 두 사람의 존재는 온국민의 희망이고 등불이고 위안이었다. 그들이 고난의 와중에서 만나 서로 포옹할때 눈시울을 적시던 사람들은 그들의 분열에서 거듭거듭 배신감을 느꼈고, 최근에는 『저렇게 서로를 불신하는 두 사람을 우리가 동지로 잘못 알고 있었던가』라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기필코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김대통령의 거듭된 선언은 『절대로 김대중씨가 집권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그렇게까지 옛동지를 혹독하게 막으려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김대중총재도 지난 총선에서 『김영삼대통령의 3년은 총체적 실패였다』고 공격했는데, 아무리 선거전이라고 하지만, 그동안의 굵직굵직한 개혁들을 어떻게 총체적 실패로 규정할수 있을까 수긍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이제 국민앞에서 우정을 말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의 우정에 더 이상 환상을 갖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단지 그들이 국정 파트너로서 사감없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정치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그들의 새삼스런 우정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착잡하게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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