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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어정쩡태도 “득실 계산중”/“4자회담 검토” 북의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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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어정쩡태도 “득실 계산중”/“4자회담 검토” 북의 속셈은

입력
199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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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군부강경노선 등 변수/응하든 거부하든 모두다 부담4자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이 전례 없이 「현실성 검토중」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나온 것은 북한이 득실 계산에 골몰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북한이 결국 4자회담 제의를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4자회담이 장기 구도임을 강조, 인내를 갖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호응하기 힘든 요인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셈이다.

정부와 대북전문가들은 4자회담에 대한 평양의 저울질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대미·대남 전략과 체제·사상 단속, 식량·에너지난 등 경제사정, 군부 반응, 임박한 대미 미사일·유해송환 협상, 정책일관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북한은 4자회담이라는 큰 틀안에서 실질적인 대미 대화통로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와 우리의 경협 확대 조치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선물」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김정일의 직책승계를 위한 여건이 두터워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양이 얼마나 치밀한 구상 속에서 4자회담을 운영하느냐는 별도의 문제이다. 북한은 대미 핵협상을 통해 남북한 양쪽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경수로사업을 얻어냈다.

반면에 북한은 4자회담을 거부할 경우 현재의 체제불안과 외교적 고립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평양이 이 악조건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4자회담에 응할 경우에도 위험부담을 상당히 느낄 것으로 보인다. 4자회담제의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광범위한 조치가 토의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체제안정을 보장하는 아무런 내용물도 담지 않고 있다.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해 우리와 한 테이블에 앉자면 남한이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 주적이라는 기존 원칙을 포기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 사상재검토를 통해 체제와 이념의 문제에 대한 정지작업을 선행시켜야 한다.

전통적으로 강경노선을 걸어온 군부의 반응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평소 갈등관계로 알려진 북한 군부와 외교부의 이견이 심화할 경우 4자회담뿐 아니라 김정일과 북한 지도부의 진로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이해득실 판단에 고심하고 있다면 이달말까지 계속될 중미, 중러 외무장관 회담때까지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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