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 대거몰려 감독도 이젠 “실무·이론무장”/재벌기업 아낌없는 자본투자에 해외진출 꿈까지「1960년대의 한국영화 황금기로 돌아가자」―우리영화가 중흥기를 맞는다는 진단이 무성하다. 영화가 재미있어져서 관객이 몰리기도 하지만, 영화산업 전체가 약진의 기틀을 잡아간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301·302」 「개같은 날의 오후」 「돈을 갖고 튀어라」등 개성강한 영화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던 한국영화는 올들어 「학생부군신위」 「은행나무 침대」 「꽃잎」등으로 계속 같은 분위기를 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여세는 곧 개봉될 「러브 스토리」 「축제」 「투캅스2」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영화가 일어서는 징후는 곳곳에서 보인다. 우선 고급 인력이 영화계로 몰리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감독의 경우 20∼30대 신세대들이 거칠게 도전하고 있다. 도제식 교육이 전부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론과 실무로 무장한 신인들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감독이 된다. 그들의 참신한 시각은 큰 호소력을 갖는다.
유일한 실무 교육과정이었던 영화진흥공사의 영화아카데미가 큰 역할을 했다. 김의석(결혼이야기) 박종원(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장현수(본 투 킬) 이민용(개같은 날의 오후) 이현승(그대 안의 블루) 박헌수(진짜 사나이) 등 맹렬한 활동을 벌이는 감독들이 모두 그 출신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이 99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하고 해외 유학파까지 가세하면 영화 인력은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다.
대자본이 앞다투어 영화에 유입되면서 돈걱정도 줄고 있다. 삼성 현대 대우 LG등 대기업들이 영상사업에 진출해있고 금융사까지 뛰어들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 「은행나무 침대」는 일신창업투자금융이, 제작중인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는 동양창업투자금융이 의욕적으로 투자한 영화이다. 김민웅영화진흥공사 진흥부장은 『자본가들의 영화에 대한 투자의욕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이제 아이디어만 좋다면 돈은 큰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유통구조와 배급체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영화의 황금기는 1960년대. 69년에는 1년에 229편이 만들어졌다. 이후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올해는 3월말 현재 15편이 심의를 거쳤고 4, 5월 개봉작이 집중되어 있는데다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감독이 많아 80편 내외의 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영화에 문제는 많이 남아 있다. 연기자의 양성과 판매의 선진화가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 영화는 스타급 연기자로 겨우 버텨왔다. 판매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꽃잎」이 영국 메이 페어사에 의해 48억원에 세계배급이 결정되고, 「축제」가 40억원에 일본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등 해외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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