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는 상충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17일 클린턴 미대통령의 일본방문을 맞아 「21세기의 동맹을 위한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신 미일안보동맹 역시 우리쪽에서 보자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더욱 든든한 지원세력이 형성됐다는 긍정의 측면이 있는 반면,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 자체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냉전후 러시아가 물러서면서 일본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의 동맹관계를 다져둬야 할 가상적국을 상실했다. 미일간의 통상마찰도 전통적 우방관계를 저해할 정도로 격렬하게 전개됐다. 게다가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의 소녀 성폭행사건이 일어나 일본인의 대미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그러나 냉전후 동아시아의 패권세력으로 홀로 남게 된 미국으로서는 어지러워진 안보질서의 짐을 함께 지고 나갈 믿음직한 동맹세력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이럴 때 중국과 대만간에 분쟁이 발생했다. 중국의 핵실험도 계속됐다.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무력시위는 일본으로서도 좌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정전협정 파기등 한반도 무력분쟁위험도 증대돼 왔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전쟁에 휘말릴지도 모를 이런 지근거리의 위험요소들에 일본이 대비하자면 헌법개정을 통한 군사대국화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외에 길이 없다. 이번 미일 군사동맹은 이같은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은 일본의 전폭적인 후방지원을 얻어 큰 짐을 덜었고, 일본도 안보협력 관계를 미국과 대등한 동맹국 수준까지 끌어올림으로써 동아시아지역에서 실질적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안보선언에서는 「한반도의 안정은 미일 양국의 이익에 사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일본이 공격받았을 때로 국한돼 온 미일 공동작전 범위를 장차 한반도 등 아·태지역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틀과 정치적 합의가 마련된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북한이 무력도발해 올 경우 미군과 똑같이 일본자위대가 지원세력으로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미일동맹의 출발은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세계를 지킨다는 것이 적극적 목표였다면, 일본의 재무장을 미국과의 동맹의 틀안에 가두어 둔다는 소극적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의 군사역할 증대는 우리처럼 과거 일본의 침략을 당한 경험이 있는 동아시아 각국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독도문제 같은 양국간 분쟁을 상정해서라도 이에 대한 경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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