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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률 인하·신탁제도 개편/금융권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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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률 인하·신탁제도 개편/금융권 “지각변동”

입력
1996.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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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개선 3,000억원선… 대출금리 인하 도미노 현상/은행신탁 장점 사라져 뭉칫돈 투신·투금 등 이동예상은행 지준율 인하와 신탁제도 개선으로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등 「금리인하도미노」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뭉칫돈이 이동,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 지준율 인하여파로 시중은행들이 은행 대출금리를 일괄적으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하는가 하면 신탁제도 개선으로 그동안 금융권의 1년이하 단기고액예금을 끌어모았던 은행 신탁상품의 장점이 없어져 투신 투금등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은행권은 1년이하 단기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투신 투금등은 이를 계기로 이탈자금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리 인하◁

은행권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3,000억원 가량의 수지가 개선되자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리선도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조흥은행은 18일 은행계정과 신탁계정등 모든 대출금리를 일괄적으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확정했다.

위성복 조흥은행상무는 이날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의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를 현재 9.0%, 9.5%에서 23일부터 8.75%, 9.25%로 각각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등 5대 시중은행들도 조흥은행과 같은 폭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조만간 확정,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이미 대출받은 사람(기업)이나 앞으로 대출받을 사람(기업)들은 대출금 1,000만원당 2,083원씩 이자부담이 줄게 된다.

5월1일부터 신탁제도가 대폭 개편됨에 따라 금융권의 금리우위가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은행신탁상품의 최단만기를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하고 중도해지수수료를 종전보다 최고 2.5%포인트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가계금전신탁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현재 1년운용시 연 12%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연 9.8%가량밖에 받지 못한다.

하지만 투신사의 장기우대공사채등 중장기상품의 1년 수익률은 연 10.5%가량을 유지, 상대적으로 금리우위를 가지게 됐다. 특히 투자금융사의 어음관리계좌(CMA)는 1년 운용시 연 12%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신탁상품에 들어있던 1년미만 단기자금의 투신 투금으로의 이동이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투금사들은 벌써부터 단기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투금사들은 기업어음(CP)을 취급하면서 연10.7%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여 연10.4%로 대출하는등 0.3%포인트 역마진까지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신탁담당자는 『가계금전신탁(15일현재 잔고 33조원)의 경우 50%이상이, 기업금전신탁(8조원)의 경우 70%이상이 1년미만 운용자금으로 구성돼 있어 이들 자금의 은행권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20조원가량이 은행권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편으로 은행신탁자금중 10조원가량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3조원가량은 은행 정기예금등 은행권에 남고 7조원가량이 투신 투금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유승호 기자>

◎「묶인발목」 풀어 은행 제위치 찾게/경영합리화·통화관리행태 개선 병행돼야

▶해설◀

지준율인하 및 신탁제도개편의 골자는 「은행을 은행답게」만들겠다는 것이다.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신탁계정은 축소하고 대신 은행고유계정은 수지기반을 넓혀 자금흐름의 왜곡을 바로 잡는다면 ▲금리는 낮아지고 ▲금융산업은 은행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은행이 애써 조달한 예금을 이자한푼 안주고 묶어두는 것은 명백한 규제다.

더구나 통화관리수단으로서 지준의 중요성이 퇴색돼 세계적으론 아예 폐지되는 추세에서 무려 1할에 육박하는 국내지준율은 은행수지악화를 부채질하고 경쟁력향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되어왔다.

이번 지준율 2%포인트 인하로 은행권엔 2조7,40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기게 됐다.

전액 통화채로 묶인다 해도 은행으로선 무이자자금을 연 10∼11% 실세금리로 운용, 3,000억원정도 수지가 개선되고 대출금리도 0.2%포인트정도 낮출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신탁제도개편 역시 신탁회사화한 은행을 본연의 기능, 즉 예금과 대출을 이어주는 중개기관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이다. 신탁만기를 6개월 연장하고 중도해지수수료율을 높임으로써 거품성 신탁자산인 단기부동자금을 추방한다면 신탁에 눌려있던 은행고유계정은 경쟁력을 회복하고 은행 스스로도 고객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정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강력한 저금리드라이브에 은행들은 마지못해 기준금리인하로 화답했지만 지준율인하로 여유자금이 생긴 만큼 거꾸로 수신금리를 인상시키거나 경영합리화를 통한 비용절감노력을 게을리 할 수도 있다.

또 가장 편리한 통화관리수단인 지준제도를 완화함으로써 중앙은행은 막대한 인플레요인을 안고 있는 통화관리비용증대(통화채이자)와 공개시장조작이란 세련되고 정교한 통화관리방식에 익숙해져야 하는 부담을 함께 안게 됐다.

따라서 은행들의 과당경쟁 및 당국의 통화관리행태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준율인하 및 신탁제도개편은 단순한 규제완화에 그치고 오히려 물가부담과 단기자금의 부동화만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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