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18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를 만난데 이어 김종필 자민련총재 김원기 민주당공동대표와 19일 20일 잇달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야당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영수회담을 요구해 왔고, 김대통령은 총선 결과에서 여유를 되찾은 상황이므로 이번 회담이 대화의 정치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오랜 경험에 비추어 여야 영수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야당은 기회있을 때마다 공세의 하나로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청와대는 그 요구를 으레 묵살하고, 청와대가 선심쓰듯 영수회담을 열었다 해도 그 회담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둔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은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는 인식을 국민이 갖게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문제와 4자회담, 15대 총선에서의 각종 부정, 대선자금 공개, 선거사범 표적수사, 신한국당의 의원당선자 영입, 내각제 개헌등이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을 미리 훑어보면서 회담이 생산적일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8일 김대중총재와의 회담에서도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종전의 주장들이 되풀이 됐다.
사실 국민은 김대통령과 김대중·김종필씨의 정치적 행태를 오랫동안 보아왔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그들의 행태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선입관을 품은채 영수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각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는 불신이 널리 퍼져있다. 이제 여야 영수들은 그런 선입관과 불신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기 바란다.
15대 총선을 휩쓴 신인돌풍은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감이 내린 심판이다. 영수회담도 이제 새 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여야영수들이 요란하게 만났다면 성과가 있어야 하고, 성과가 없었다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분명히 밝혀져 국민이 점수를 매길 수 있어야 한다.
김영삼 김대중씨가 4년만에 만났다, 칼국수를 먹으며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우정을 확인했다, 부정선거 엄단과 남북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는 정도로는 의미가 없다. 이견이 있었다면 쟁점으로 부각돼야 하고, 다짐한 것은 실천에 옮기도록 구체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 이번 영수회담은 새 정치의 출발답게 생산적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야당대표들도 오랜 행태에서 벗어나 변화해야 한다. 만난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든가, 덮어놓고 화합정치를 펴나가겠다는 말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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