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투쟁 우정은 변치말자”/김 총재 “그동안 오해있었지만 다풀렸다”/9장짜리 질의자료 사전준비 청와대행/칼국수 점심후 당사서 4시께 이른저녁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18일 낮12시부터 2시간10분동안 청와대본관 2층 백악실 원탁테이블에 앉아 칼국수를 메뉴로 점심을 들면서 배석자없이 단독회담을 가졌다. 두사람은 한미정상회담과 정치현안은 물론 과거 민주화 투쟁, 가족안부등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김총재는 상오11시58분께 정동채비서실장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본관 현관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이원종 정무수석의 영접을 받고 악수를 나눈뒤 2층의 오찬장으로 들어갔다.
김대통령은 오찬장으로 들어서면서 김총재에게 『오랜만이야』라며 친근감섞인 반말투로 인사를 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고 김총재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김총재에게 원탁테이블에 앉을 것을 권유한뒤 『건강은 어때요. 선거 치르느라고…. 하루에 10군데 이상도 다니는 것같던데…』라고 물었으며 김총재는 『고생 많이 했어요. 날씨도 춥고 바람도 불고, 또 비도 오고…』라고 대답했다.
김총재가 한미정상회담으로 화제를 돌려, 『보도를 보니 클린턴대통령도 가는 길에 헬기로 제주도 경치를 구경했다지요』라고 말을 꺼내자 김대통령은 『해안을 따라서 4∼5바퀴 돌았다고 그래요.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헬기안에서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더군요』라고 소개했다.
○…5분간 보도진의 사진촬영에 응한뒤 단독회담에 들어간 두 사람은 『민주화투쟁을 했던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은 변치말자』고 다짐한뒤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회담에 들어갔다고 윤여준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윤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담은 김총재가 「김영삼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9장짜리 14개항목으로 정리한 자료를 김대통령에게 건네주고 김대통령이 이에대해 하나씩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총재는 김대통령의 답변을 꼼꼼히 받아적었고 김대통령도 말하는 도중 메모를 남겼다가 회담이 끝난뒤 윤대변인을 집무실로 불러 대화내용을 간략히 구술해 발표토록 했다.
회담 막바지에 김총재가 『석달에 한번정도 정기적으로 만나는게 좋겠다』고 제의하자 김대통령은 『기간을 정하는 것보다 언제든지 필요할때 만나자』며 회담을 끝냈다. 하오2시12분께 김대통령은 백악실 앞에서 김총재와 작별의 악수를 나누고 집무실로 들어갔고 김총재는 이정무수석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김총재는 회담을 마치고 당사로 돌아와 부총재등 당직자와 총선당선자들에게 30여분에 걸쳐 회담내용과 소감을 상세히 소개했다. 김총재는 노란색 16절지 메모지를 들여다보면서 김대통령과 나눈 대화내용을 차분하게 전했다.
김총재는 회담성과에 대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가 돼서 이대로 가면 여야가 대화정치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총재는 이어『서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해 서로 의중을 알게됐고 나도 대통령을 많이 알게됐다』며 『특히 김대통령이 99% 대통령선거에 다시 안나오고 내각제도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중요한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어떤 어투로 대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니까 예의를 갖췄지만 얘기하다보니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옛날 어투대로 당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고 말해 자연스런 대화분위기였음을 강조했다. 김총재는 『우리는 서로 가족안부를 묻고 자식들 얘기까지 했다』며 『김대통령은 홍일(김총재의 장남)이의 건강까지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김총재는 또 『김대통령당선직후 서로 만나는 문제를 놓고 오해가 있었으나 이번에 다 풀렸다』고 홀가분해 했다. 한편 김총재는 이날 점심식사로 나온 칼국수가 부족했던듯 하오 4시께 당사지하의 한 음식점에서 측근들과 아구찜으로 식사를 했는데 『김대통령이 먼저 식사를 마치는 바람에 칼국수를 다 들지못했다』고 말했다.<신재민·이계성 기자>신재민·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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