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헌법재판소라는 우리나라의 최고 사법기관간에 영역다툼이 표면화, 사법분쟁이 걱정되고 있다고 한다.법과 제도 및 관행이 올바로 자리잡혀 있어야 할 현대의 민주국가에서 어째서 이런 다툼이 생길 수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법이나 제도가 잘못되었다면 하루 빨리 그 빈틈을 메워 국가를 지탱하는 3대축의 하나가 다툼 없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다툼 자체는 대법원이 양도세부과기준을 공시지가가 아닌 실제거래가로 삼는게 한정위헌이라는 헌재(헌재)의 결정을 법률해석에 불과하다며 배척하는 판결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 뿌리는 헌재발족과 함께 자라온 것이어서 두 기관간의 감정의 골은 깊고 오래된 것이다.
그 원인을 따지자면 먼저 제도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있어 왔다 하겠다. 법률의 최종위헌심사권을 3공 때는 미국처럼 일반법원의 최고심인 대법원에 뒀다가 4공 이후 독일처럼 특별재판소인 헌재를 두어 관장시켜 오면서도 두 기관간의 권한과 한계를 명확히 구분치 않은 채 제도를 운용해 왔던 것이다.
원래 특별재판소성격인 헌재란 일반법원이 구체적 소송에 적용할 법령의 합헌성을 판단하는 것과는 달리 법령의 합헌성 그 자체를 일종의 소송절차로서 판정하는 기능을 행사하게 되어 있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런 원론적 구분조차 법령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두 최고사법기관을 양립시켜 왔으니 원초적으로 다툼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헌재는 법령의 위헌결정은 물론이고 일반법원관할인 구체적 소송에서의 법령해석권한에까지 기속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있고 일반법원은 그에 반발, 이번 사태가 빚어졌던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헌재의 한정위헌결정남발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헌재는 국가보안법규정이라든가 정치관계법령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 대해 그 사안이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민감할수록 두 얼굴을 가졌다 할 한정위헌판결을 너무 자주 내려온 감도 없지않았다. 결국 그런 관행이 대법원으로부터 기속력을 배척당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와 대법원은 사실 그 역할이 달라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그 구성부터 다름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대법원과 달라 헌재재판관 구성은 대통령과 국회 및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나누어 임명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어느 편을 두둔하는 차원을 떠나 두 사법최고기관간의 권한과 한계는 하루 빨리 명확히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그때까지 두 기관은 감정적인 대립만은 삼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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