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창밖을 보면 멀리 북악산과 인왕산이 병풍을 두르고 있는 이 일대가 도심의 심장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곳이 많고 가볼 만한 명소도 한두 곳이 아니다.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뿐 아니라 한국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도 지척이다. 인사동과 관훈동에는 문화가 숨쉬고, 청진동 골목에는 아직도 막걸리와 빈대떡 낭만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 500년의 영화(영화)와 비운이 서려 있는 경복궁은 지난 3월부터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에 한해 무료개방되고 있다.무르익는 봄날, 비둘기떼가 한가로운 근정전 앞과 고즈넉한 경회루 주변에서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순백색 드레스의 신부들이 카메라 앞에서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고…. 노오란 개나리와 드넓은 잔디를 배경으로 유치원생들이 병아리걸음을 하고…. 200원짜리 붕어먹이를 사서 연못에 던지면 수십마리의 붕어와 어른 허벅지보다 굵은 잉어떼가 수중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도 장관이다.
인사동과 관훈동 길은 언제 가 보아도 옛것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전시회를 알리는 형형색색의 현수막 아래를 걷다 보면 축제의 한마당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문화체육부가 지난 1월 발간한 「문화예술의 거리」에 의하면 인사·관훈동에는 화랑이 117개나 되고 표구 및 화방(55개) 골동품상(45개) 한지필방(34개) 등이 줄지어 있는 가운데 옛 관가터도 보존돼 있다.
이곳 사람들은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인사·관훈 전통문화마을보존회」를 발족, 친목을 도모하며 문화축제도 열고 있다. 전통찻집 카페 등의 이름도 독특해서 인상깊다. 「얘들아 불좀 꺼라, 모기불에 달 그스릴라」 「여보게 차나 한잔 나누세」 「목동의 노래」 「달을 삼켜버린 연못」 「다예원, 마음두고 몸은 쉬는 곳」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박씨 물고온 제비」 「나에(의) 남편은 나무꾼」 「평화만들기」 「우리 그리운 날은…」 등등. 봄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들어가서 차 한잔 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한걸음에 다녀올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간이 직장주변에 많은 것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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