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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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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땅굴의 나라다. 10가 넘는 지하차도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폭증하는 지상의 교통량을 흡수 처리해 주는 대형 시설물이지만 출입구가 어딘지 잘 눈에 안 띈다.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깔끔하게 기술적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5백여짜리 굴 하나 뚫으면서 산 하나를 온통 다 파헤쳐 놓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웨덴에 가면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유럽의 수준을 보다 잘 알 수 있다. 수영장이나 배구장 정도는 물론이고 축구장도 지하에 들어가 있다. 바람도 잘 통하고 채광도 잘 되기 때문에 지하인지 지상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은 땅이 넓고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지만 일찍부터 지하공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파리근교 레살레지역 같은 데서는 도심 전지역을 연결하는 지하차도와 보도망이 형성돼 있다. 땅이 좁아 터진데다가 인구가 과밀한 우리로서는 마땅히 지하공간 활용에 눈을 떠야 하는데 말만 간혹 요란했었지 실제 진전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교통문제 때문에라도 지하공간의 활용이 진작부터 시작됐어야 하는데 정부나 시당국이 너무 무심했다. ◆우리의 지하공간 활용은 고작 지하철이나 지하도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정도에 머물러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요즘 와서 기업차원에서 건물을 지하 6∼8층까지 파는 등 형태로 이용이 활성화하고 있는 정도다. 지하공간이 사적으로 이용되고 공적 활용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토개발연구원과 건설기술연구원, 지하공간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지하공간 개발을 위한 첫 실무자 회의를 갖고 도시계획 차원에서 지하공간 개발을 추진키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지상의 란 개발을 교훈삼아 지하만은 제대로 된 개발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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