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국정 「운영방식」 변화 기미/차기 대선 「모종의 룰」 생성여부 주목김영삼 대통령이 18일부터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 김원기 민주당공동대표등과 연쇄적으로 개별영수회담을 하게 되는 것은 집권후반기의 국정운영에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제의등 한미 정상회담결과와 최근의 북한상황을 설명하고 대북문제에 있어서 초당적인 협조를 당부할 터이지만 시선은 여야 지도자들의 정국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로 쏠릴 수밖에 없다. 김대통령도 『야당 지도자들이 제기하는 얘기라면 뭐든지 논의할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연쇄 영수회담은 국정전반에 관한 의견조율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영수회담은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15대 국회의 운영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게끔 야당 지도자들의 협조를 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새로운 여야관계가 정립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비록 정치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안정과반수 의석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인 마당에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경우 신한국당으로서도 원만한 국회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위해 김대통령은 총선과정에서 빚어진 갖가지 갈등양상을 털어버리고 앞으로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타파와 정치풍토쇄신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야당 지도자들에게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10개월 가운데 가장 큰 정치적 행사가 역시 15대 대통령선거라는 점에서도 이번 연쇄 영수회담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야당쪽에서는 김대중 김종필총재가 차기대권주자로 어느 정도 가시화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여야 지도자들간에 대선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암묵적인 「대선의 룰」이 생겨날수 있다. 김대통령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창당된 이후 두 김총재와 처음으로 개별만남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두 김총재의 정치적 무게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동안 줄곧 「세대교체론」을 주장해온 김대통령이 두 김총재를 만난다는 것은 다음 대선에서의 야당주자로 간주하겠다는 무언의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영수회담은 또 15대 총선이 끝나고 명실상부한 집권후반기에 접어드는 김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27 지방선거 이후 전개된 「신3김구도」의 정치현실을 공식적으로 수용하지 않아온 김대통령이 앞으로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21세기를 위한 「큰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물론 총선결과에서 얻은 국정운영의 자신감도 있지만 김대통령은 포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독선과 독주의 통치라는 비난을 비켜나갈 것이라는 얘기이다. 김대통령도 이미 지난 13일 신한국당 선대위간부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화합의 정치」를 얘기함으로써 변화의 기미를 보인바 있다.
현단계에서 연쇄 영수회담의 결과를 점치는 것은 어렵다.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평가나 대선자금 문제 지역감정 문제등 우리 정치의 구태에 관해 김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의 인식차이가 여전히 큰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주장해온 야당 지도자들을 외면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한 자리에 앉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정국상황의 전개가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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