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인원 확대 등 시험제도변화 여파/직장인·비전공 학생들도 대거 몰려/“육법전서에 꿈을 묻고” 고시촌 북적지난해 12월 사법제도개혁이 발표되면서 사법시험 준비 열풍이 직장인과 비전공·저학년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대법원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발표한 사법제도개혁은 시험과목의 축소와 선발인원의 대폭확대라는 시험내용 변경을 큰 축으로 9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험과목이 기존의 13개에서 10개로 줄어든데다 선발인원도 300명 남짓에서 매년 100명씩 증원해 2000년 이후에는 1,000명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집중적인 공부를 하지 못했던 직장인등에게 다시 없는 고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또 응시횟수의 제한도 직장인과 저학년 대학생의 도전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97년부터 1차시험 기준으로 4회 이하만 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당장 시험을 「경험」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마감된 96년 사법시험에는 지난해보다 3,000명이상 늘어난 2만3,000여명이 접수를 마쳤다. 이 가운데 대학 졸업자로 추정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전체 응시자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림동 서울법학원 총무부장 김용주씨(42)는 『아직까지는 직장인보다는 대학 졸업후 직장에 취업하지 않고 계속 고시준비를 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서『하지만 고시촌에서는 물론 사찰이나 도서관에서 고시준비를 하는 직장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초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신림동을 찾은 김모씨(26·K대 졸)는 『이루지 못했던 판검사의 꿈때문에 고민해 오다 사법제도 개혁소식을 접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솔직히 올해는 내 자신을 테스트한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르고 본격적인 도전은 내년부터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자연계를 포함한 대부분의 단과대에도 고시준비생이 급증하고 있다. 법대생뿐만 아니라 공대생들중에서도 스터디등을 구성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학캠퍼스 곳곳에서 눈에 띄는 실정이다.
Y대 화학과 정모씨(4학년)는『전공과는 비록 관계가 없지만 젊은 나이에 한번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해 같은과 친구와 함께 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며『법조인이 되면 나름대로의 전문분야에서 특기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앙대 법학과 장재옥교수는 『사법시험의 문호가 개방되고 다양한 분야의 인원이 지원한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유능한 인력들이 해당분야의 전문인이 되기 보다는 사법시험에만 매달리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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