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섬을 중심으로 이스트강 동쪽 퀸즈지역과 허드슨강 서쪽 뉴저지주 버겐카운티를 다니다보면 한글 간판이 즐비하고, 음식점에는 한국인들이 북적거린다. 자신도 모르게 한국에 온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미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인증가율이 가장 높은 주는 뉴저지주로 지난 80년후 10년동안 192.6%나 늘어났고, 그 다음으로 뉴욕주가 187.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거주인구로는 여전히 서부 캘리포니아가 앞서지만 80년대 이후 동부지역 한인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등 미국 주요도시에 한인촌이 커지면 현지에 파견되는 상사 주재원이나 신참 이민자들에게 힘이 된다.
좁은 국토에 사는 우리민족도 해외에 많이 나가 성공하면 모국발전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인사회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 미국사회의 견제도 그만큼 심해지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뉴욕시의원 해리슨씨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한글간판을 내건 한인업주에 대한 버겐카운티의 벌금티켓 발부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해리슨의원은 지난달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계와 중국계등 아시아계의 밀집현상은 진출이 아니라 점령이며, 지역내 부정적 변화가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 한인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이에 한인단체는 물론 주의원등 미국정계인사들까지 나서 해리슨의 발언을 성토하고 있지만 미국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주의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버겐카운티의 벌금 티켓 발부는 한인상점들이 간판에 한글과 동일한 크기로 영어를 표기하도록 한 자치단체의 법규를 어겼기 때문인데, 이 규정은 캘리포니아주 같은 지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한인업소의 주장이다.
한인들 중에는 지난 92년 LA폭동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지사회와 융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종차별 발언을 성토하고 자치단체의 행정력 집행에 맞서는 것만큼이나 한국적 사고방식, 생활형태를 현지인들의 틀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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