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협정추진과 관련하여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개최안은 전쟁방지를 위한 새로운 평화장치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획기적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삼·클린턴 두 대통령의 「제주선언」 형식으로 합의된 이 제의는 무엇보다 1953년 이래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 평화체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의의는 매우 중요하다. 4자회담 안에 대해 주변 강대국들이 사실상 양해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즉각 호응하여 평화노력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성과는 미국의 확고한 대한(대한)방위공약 다짐과 한미동맹관계의 재확인 및 새 평화협정체결때까지 현 정전협정체제를 유지키로 합의한 것으로서 이는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선언과 무력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것이다. 아울러 4자회담의 제의는 경고와 화해의 신호를 동시에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4자회담의 경우 한국이 발의하고 미국이 이에 동의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한국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 때마다 방어적 수세적이던 자세에서 적극적 능동자세로 전환했음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4자회담안은 지금까지 나왔던 3자회담안과 6자회담안 등에 비해 법리적으로나 시기적으로도 매우 타당하다. 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의 서명당사자인 유엔군(한국·미국)과 북한·중국이 43년만에 전쟁재발을 막기 위한 새 평화장치를 모색하기로 하는 한편 회담에서 평화를 남북한이 주도하고 미국과 중국은 보조·협력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체가 한민족―남북한임을 뒷받침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제주정상회담에서 한미양국이 합의한 대북정책 3원칙, 즉 한반도 문제의 한국주도와 미국의 북한과의 직접 협상배제 외에 「한반도 평화문제와 남북대화의 분리」는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앞으로 북·미간의 미사일 및 유해송환협상, 특히 연락사무소 개설협상에서 한국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셈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평화보장문제 외에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해석, 자칫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배제의 또 하나의 근거가 되게 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한미간의 공조흔들기에 혈안이 돼온 북한이 이를 악용할 여지는 다분히 있는 것이다.
정부가 4자회담안을 주도한 것은 평가할 일이지만 대북정책의 새로운 성과라고 자만·도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부는 3대원칙은 전체적으로 지지하나 북·미간의 협상은 우리의 안정과 평화에 직결될 경우 언제든지 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과 북한에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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