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시대적 정치문화 이젠 탈피해야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치를 바꾸자」는 염원을 가져 왔다. 그러나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본격적인 논의가 되지 못했다. 선거혁명을 이루어 낼 만한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번 15대 총선에서도 이러한 상황의 단면이 드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4·11총선은 대권경쟁과 정치권력의 야욕이 정치개혁의 의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왜곡된 상황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선택에서는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났다. 지역구 당선자 중 신인이 42.1%나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정치를 바꾸자」는 염원, 그리고 소위 「노련한」 정치인들에 대한 식상함과 염증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정치를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 얼굴들이 반드시 새정치를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이들의 선택이 새로운 정치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나타낸 것도 물론 아니다.
이것은 다른 한편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 자신이 지역할거주의와 반세기의 현대정치사를 독점해 온 특정 보스중심의 정당정치의 폐습, 과거 반민주세력에 대한 지지나 둔감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개혁의 소신파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드러낸 측면에서도 역력히 간파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민사회의 과제는 유권자 스스로가 새 정치를 주체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것이다.
최근 일부 시민운동이 소수 정예의 운동가들의 정계진출을 통한 정치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번 선거는 그러한 시도가 일반 유권자들의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확실하게 확보할 만한 저력을 지니고 있지 못함을 일깨워 준 셈이다.
이제 시민운동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밀착하여 호흡하면서 그들을 능동적 정치시민으로 길러내는 작업, 구시대적 정치문화에 또다시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자율적인 판단력과 참여정신의 확립, 아울러 새정치의 대안과 그 구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끈기있게 만들어 가는 작업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이영자 가톨릭대 교수 사회학>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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