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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피아노곡 변주(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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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피아노곡 변주(음악노트)

입력
199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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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페라 공연에 해설을 곁들인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 푸치니의 「라보엠」, 비제의 「카르멘」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작품을 좀 더 쉽게 전달하는 방편으로 해설이 한몫을 하고 있다.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서양에서 오페라가 대중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시절에는 오페라 성공에 편승, 부대사업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예를 들면 파리오페라 극장의 화려한 명성은 피아노의 거장들을 자극,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를 주제로 한 환상곡, 메들리, 변주곡을 작곡하거나 연주함으로써 절정에 오른 오페라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하였다.

쇼팽은 파리에 도착한 직후인 1832년 당시 100회나 상연돼 대성공을 거둔 마이어베어의 「귀신 로베르」의 중요한 선율을 토대로 「두 악기를 위한 환상곡」을 작곡했고 리스트 역시 이 작품을 소재로 화려한 피아노곡을 만들었다.

이같은 기법의 성행은 벨리니, 도니제티, 로시니의 성공작을 피아노 음악에 채용, 오페라의 인기와 더불어 오랫동안 공존했다. 이들 피아노작품은 전문연주가용도 있지만 악보가 잘 팔릴 수 있도록 편곡된 것이 더 많았다. 이재에 밝은 출판업자와 결탁해 장삿속으로 곡을 만들어 부를 축적하는 데만 힘을 쏟는 삼류작곡가도 생겨났다. 이처럼 다른 악기를 위해서 주제를 변형시키거나 오페라의 선율을 편곡하는 것을 「패러프레이즈(Parapharase)」라 하는데 모차르트나 베토벤도 즐겨 이 방법을 활용해 여러 악기들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모차르트는 선배 작곡가인 파이젤로나 살리에리의 작품을,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아리아를 주제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12개의 변주곡을 썼다.

클레멘티와 베토벤의 제자이면서 한때 리스트의 스승이었던 체르니 역시 87개의 서로 다른 오페라 선율을 토대로 무려 304곡이나 되는 곡을 써 당시 오페라 작품들의 백과사전 역할을 했다.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엔그린」등 바그너의 작품을 비롯해 구노의 「파우스트」,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등의 오페라 주제를 편곡한 리스트의 피아노곡은 그가 이 방면에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뛰어난 비르투오조(대가)임을 말해준다.

이같은 시도는 결국 전문가보다 대중을 위한 것이란 점에서 오페라 해설과 맥락을 같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설자로 앵무새나 다름없는 성우나 탤런트등이 등장하는 현상은 앞서의 출판업자와 삼류작곡가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진정 대중을 위한 것일까.<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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