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을 바꿔 살며 주택가의 도둑을 막는 골목의 파수병 노릇을 해온 방범대원들이 연내에 모두 사라질 것 같다는 보도다. 5·16군사혁명후인 62년 12월 부족한 경찰력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설치된 방범대원은 경찰의 사병처럼 파출소에 소속돼 도둑을 잡고 예방하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해왔었다. ◆주민들의 준조세와도 같은 방범비 징수로 운영됐던 방범대원은 그 수가 최고로 많았던 68년엔 전국적으로 유급 4천7백93명과 무급 자원방범대원 23만7천1백26명 등 24만1천9백명을 넘는 엄청난 조직으로 부상하기도 했었다. 때로는 방범대원들이 준경찰권을 행사해 그들의 월권이 말썽을 빚기도 했었다. ◆그래서 방범대 설치의 법적근거가 자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방범대 설치의 법적근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역방범위원회의 자율적 결정이라는 형식을 빌려 방범대원을 임용하게 했으니 방대한 조직과 인원에 비해 법적 설치근거가 너무 허술했던 것이다. ◆무허가 판자촌이 밀집한 달동네에서는 방범대원이 좋은 일도 많이 하며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 미담을 만들기도 했다. 또 저질의 방범대원은 경찰관을 뺨칠만큼 월권을 하고 서민들을 괴롭히는 탈선과 행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존폐가 거론되기도 했고 감독권을 가진 경찰을 곤경에 몰아 넣기도 일쑤였다. ◆그래도 그들의 탈선과 월권이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한 경찰력을 도와 민생치안에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방범대원의 도움이 없어도 될 만큼 경찰력이 보강됐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방범대원을 없애는 것이 주택가 방범의 허점이 되지 않도록 경찰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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