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실무진 막바지 협의 밤늦게 조율분주/클린턴 좋아하는 망고등 서울서 긴급공수/양국 국방 만찬회담서 판문점사태 등 논의/신라호텔 미·러·중 정상 체류기록 유명세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신라호텔에는 15일 김영삼대통령 내외가 도착, 참모들과 회담준비에 들어감에 따라 마치 청와대를 옮겨온 듯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또 서귀포시의 중문관광단지 전체가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온 3백여명의 기자들도 이날 각 호텔에 진을 치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상오11시25분께 제주공항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낮12시께 수행원들과 함께 신라호텔에 여장을 푼뒤 곧바로 부인 손명순여사와 단둘이 오찬을 들었다. 김대통령은 이어 공로명외무장관 이양호국방장관 김광일비서실장 유종하외교안보수석등과 막바지 회담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저녁 지역유지들과의 만찬행사때까지 아무런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숙소에 머무르며 단독정상회담에서 할 대화내용을 일일이 읽어보며 몇몇 대목은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이양호국방장관은 15일 밤 클린턴대통령에 앞서 도착한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과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갖고 북한의 판문점 무력시위 등에 따른 한반도 안보상황 및 연합방위력증강 방안 등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측이 고의적인 무력도발을 해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발적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연합방위력의 과시와 증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장관은 이자리에서 미·일신안보공동선언에 따른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강화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한뒤 미국이 제창한 미·일·중 중심의 아·태국방장관회의를 포함해 동아시아안보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91년4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대통령을 맞아 한소 정상회담을 개최했던 제주 신라호텔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3대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및 중국의 정상이 모두 묵은 호텔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정상회담이 열릴 1층 사라룸은 바로 노태우 당시대통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곳이며 한미 양국관계자들이 업무오찬을 갖게 될 월라룸도 당시 소련측과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던 곳이다. 강택민(장쩌민)중국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방한했을때 귀국길에 이곳에서 묵었다.
○…중문단지에는 곳곳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걸린 가운데 「클린턴 대통령 방한 환영」「월드컵은 한국에서, ASEM은 제주에서」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프레스룸이 설치된 신라호텔외에도 인근 하얏트 호텔에는 백악관 출입기자 선발대 38명과 외신기자 1백46명이 15일 투숙, 별도의 프레스룸을 설치하고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이와 함께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오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2백여명이 16일 도착하면 중문단지는 전세계 유수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14일 상오9시부터 갑호 비상에 들어간 경찰은 1천여명을 제주공항과 양국정상이 서귀포로 가는데 이용할 서부산업도로, 호텔 주변등에 배치해 경비에 만전을 기했다. 미국측에서는 9일 경호관계자와 공군기가 도착해 공항주변에 대한 보안점검등을 실시했다.
○…양국정상의 기자회견은 미국측 요청에 따라 유채꽃이 만개한 호텔의 야외정원에서 개최키로 결정됐고 호텔측은 확대정상회담때의 오찬 메뉴를 다금바리와 전복등 제주특산물로 준비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호텔측은 클린턴 대통령이 좋아하는 망고 파파야등을 서울에서 긴급수송 해오기도 했다.<서귀포=신재민·허태헌 기자>서귀포=신재민·허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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