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우연과 희극적 부분 고정관념 벗고 새롭게 해석『최근 우리문화에는 웃음이 만들어 내는 세계가 드뭅니다. 웃음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삶의 여유로움, 편협한 시각에 강요당하지 않고 세상의 이모저모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지혜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소설가 채영주씨(34)는 새 장편 「웃음」(문학과지성사간)에서 우리사회의 그런 빈 자리를 드러내 보였다. 성민재라는 젊은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극적인 사건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시대가 겪어 온 아픈 상처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해석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연극연출가인 성민재는 먼 친척인 예비역 3성장군 박영한으로부터 동남아를 방황하는 그의 아들 재원을 한국으로 데려와 학업을 계속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어릴 적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고 지금도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는 후배 영인과 여배우 상은이 연극을 꾸며 그를 데리러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장군과 아들 사이에 감춰졌던 과거사가 드러나고 민재와 영인 사이에는 사랑을 둘러싼 미묘한 감정이 흐른다. 그들의 행위를 그리면서 작가는 세대 간의 갈등이나 이데올로기적인 재단으로 왜곡됐던 사람들의 다양한 의도와 행동을 살피고 있다.
『세상은 보기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숱한 사실을 어떤 관점에 맞춰 편집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정제해 낼 때 우리는 인생의 우연적이고 희극적인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채씨는 소설집 「가면지우기」와 장편 「담장과 포도넝쿨」 「시간 속의 도적」 「크레파스」 「목마들의 언덕」등의 소설쓰기가 모두 굳어진 우리 문화의 빈 자리를 되짚어 보는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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