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일상생활이 편의위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언어의 경제」란 말이 생길 정도로 언어생활에 있어서도 경제를 따지는 경향이다.매사를 너무 편의에 치중하다보면 가끔 근본이 퇴색되는 경우도 생긴다.
종생부로 더 알려진 종합생활기록부가 바로 이런 예가 아닌가 싶다. 종합생활기록부는 교육개혁위원회가 상대평가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지양, 관심과목 우수과목 특기사항을 절대평가하는 혁신적인 것으로 96년부터 도입됐다. 종합생활기록부는 97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145개 대학중 144개대학에서 성적에 반영키로 했다.
이같이 큰 의미가 담긴 종합생활기록부가 종생부로 널리 알려진데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과연 한번쯤이나 이에 생각이 미쳐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종생부란 말이 적어도 교육당국이나 교육현장에서는 쓰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종생부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종생부는 우선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다. 가혹한 인상을 준다. 인생의 원대한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의 교내생활을 기록하는 종생부가 개개인의 인생을 재단(재단)하는 문서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종생부는 총선전 정치권 물갈이설이 유포되면서 유행했던 살생부, 회생부를 떠올리게 해 섬뜩한 감마저 든다. 수년전 일부 관공서에서 사용해 웃음거리가 됐던 「바살협」 「범올추」 「생체협」등 단체의 약칭도 떠올리게 된다. 바르게살기협의회, 범민족올림픽추진위원회, 국민생활체육협의회등 단체이름을 공문서에 무리하게 줄여 사용해 물의를 빚었었다.
문서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해 붙여진 이름이 종합생활기록부라면 본래이름대로 사용하면 좋겠다. 하지만 굳이 종합생활기록부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 「학업성취기록부」등 학생들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는 이름도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
약칭 하나를 사용하는데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다음세대의 주역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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