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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각 「택시드라이버」 출간 문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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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각 「택시드라이버」 출간 문단 주목

입력
1996.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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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이야기 긴 여운/엽편소설 독자손짓/서정적 문체·밀도높은 주제로 소설문법의 “새 지평”일반독자와 눈높이를 맞추려면 소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대중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사로잡기 위한 새 형식의 소설이 시도되고 있다. 「200자 원고지 30장 분량을 넘지 않는 짧은 이야기 속에 일상에서 일어나는 흔한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엮어낼 것. 짧은 한 편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전하되 깊은 여운을 남겨 독자들이 생각에 잠기도록 할 것」

소설가 최성각씨(41)가 최근 낸 엽편소설집 「택시 드라이버」(세계사간)는 새로운 문법의 소설을 지향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는 긴 호흡이 없다. 들숨으로 시작해 날숨으로 끝나는 간결한 구조이다. 숨쉰다는 게 한 차례 호흡 이상의 긴 설명이 필요치 않듯 구구절절한 사연은 없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흔히 「콩트」라고 불리는 자잘한 이야기들과 그의 소설은 이 점에서 다르다.

「모자가 있는 죽집, 조팝꽃」은 시인일 수밖에 없는 영혼을 가진 친구 구동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도 저항시를 쓴 때문에 자주 경찰서에 잡혀가고 감옥살이를 한 것으로 추측되는 동석은 『모르는 사람이나 어른을 만나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다. 그리곤 다시 쓴다. 염소와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사람이 모자를 쓴다는 것이 엄청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석은 『세월이 막 흘러가고, 강물이 진종일 흐르고 바람이 불고, 노인들이 죽고, 어린애들이 씩씩하게 자라는 게 쓸쓸하다』고 말한다. 며칠 뒤 석간신문엔 그가 시 때문에 또 잡혀갔다는 기사가 실린다.

「꽃과 어린이와 새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두려워 할 것이 없다」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의 두 토막으로 나뉜 소설집은 대부분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신변잡사를 감상적으로 엮어내는 등 아직은 새로움에 수반되는 위험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체의 아름다움이나 주제의 밀도를 높일 때 그의 소설은 긴 글에 새 장면을 열어줄 가능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중앙대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최씨는 신춘문예로 등단, 88년에 창작집 「잠자는 불」을 냈으며 모교에 강사로 나가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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