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일 군사적 역할 증대 불가피/중선 「미 대중 봉쇄전략 일가세」 경계·불쾌감미일 신안보체제 구축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 중국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속마음은 편하지 않다.
일본 주변과 필리핀 등에 한정돼 있던 미일군사동맹의 범위가 아·태지역 전반으로 확대되고 이를 뒷받침할 일군사력의 증강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 중국과 일부 동남아국가들은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계기로 일본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대리인으로 나서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미일 안보공동선언은 한국의 안보전략이 전기를 맞았음을 의미한다. 미일 양국정상은 안보공동선언에서 「북한의 위협」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한반도 긴장상태」를 냉전후 아·태지역 불안정 요인의 하나로 꼽는 등 한반도에 「깊은 관심」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새로운 방위전략의 마련에 매달려 있다.
이에 따라 미일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방위협력지침 작성과정에서 한반도 유사시의 공동작전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경우 일본의 역할 증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의 안보 우산속에 있는 한국은 기존의 한미일 3각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3국의 방위분담체제 안에서 상대적인 위상저하의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평시훈련에 한정돼 있는 미일협력이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유사시의 주일미군 출동과 일본 자위대 기지 사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한국은 일본에 대한 상대적 군사력 약화를 완화할 독자적인 방위력 확보에 노력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통일이후까지를 시야에 넣은 다자간 지역안보체제 연구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불쾌감은 더욱 직접적인 것일 수 있다. 미일 양국은 동북아의 군사적 불안요인의 핵심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의 존재」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만해협 사태당시 미국이 명백히 한 「대중봉쇄」전략에서도 미일 신안보체제의 지향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월말 도쿄(동경) 중일외무장관회담에서 전기침(첸지천) 중국외교부장은 『미일안보조약이 중일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모순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새 조약이 미일양국의 범위를 벗어나면 복잡한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새로운 미일안보체제의 순기능적인 측면도 거론되기는 한다. 즉 일본의 자체적인 군사영향력 증대 의사를 미전략의 틀안에 가두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인 일본의 역할 증대는 부인할 수 없고 한중 등의 추가적인 군비증강 수요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은 제약된다.
중국의 군사영향력 증대에 위협을 느끼는 동남아 국가들까지 미국의 적절한 역할이 전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역할 증대를 환영할 수 없는 것이 좋은 예라 할 것이다.<도쿄=박영기 특파원>도쿄=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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