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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의 태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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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의 태만(사설)

입력
1996.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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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그 문턱이 유달리 높은 것으로 소문난 분야의 하나가 서민들을 위한 법률구조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일반적 인식을 실증이라도 하듯 두 국선 변호인의 태만 등으로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치 않아 어느 외아들 절도범이 1·2심 선고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가 터져 나왔다.국선변호인 제도란게 뭔가. 형사사건 피고인이 생활의 어려움으로 사선(사선)변호인을 둘 수 없을때 피고인 청구에 따라 재판부가 변호인을 선임해 국비로 변론을 맡기는 대표적인 법률구조 장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변호사 수임료가 턱없이 높아 웬만한 서민은 사선을 포기할 지경이라면 국선변호인 제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도 1심과 2심을 맡은 두 국선변호인이 결과적으로 나라에서 맡긴 일에 태만한 것은 스스로 법조인의 봉사자세에서 벗어 났을 뿐 아니라 국선변호인 제도 자체의 중대한 흠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근원적인 여러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겠다.

국선변호인 제도의 첫째 문제는 보수다. 대법원 예규에 따라 담당 재판부가 건당 10만∼50만원씩 국선변호료를 차등지급케 하고 있는데 이런 변호료 수준은 사선경우의 10분의1 내지 1백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사선수임료도 실제로는 변호사 협회가 정한 수준을 언제나 웃돌기에 국선변호료의 상대적 빈약함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 따르면 그나마 지금의 수준도 과거보다 크게 인상된 것이고 올 예산만 1백49억원에 이르러 당장 크게 올릴 처지가 못된다고 한다.

그래서 법조인 스스로의 자세문제부터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아무리 수임료 차이가 클지언정 사건을 맡았으면 피해자와의 합의서 제출 등 가장 기본적인 변호인 업무조차 게을리해서는 말이 안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그 피고인이 카드 부정사용 및 자동차 절도의 경합범인데다가 뺑소니 전과의 집유기간중이어서 합의서가 제출됐어도 집유선고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법원측이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와 상관없이 선고 결과를 지레 짐작하거나 성의없는 자세로 일관해 할 일을 안한 것은 법조인으로서 중대한 징계사유에 해당되는게 틀림없다.

결국 두 변호사에 대한 징계문제는 변호사회의 몫으로 남았고, 국선변호인제도와 운영의 개선문제가 사법부의 책임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법조인들 스스로의 봉사자세 확립과 함께 우리 사법부도 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는 사법복지(사법복지)의 확대구현에 더욱 증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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