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전 궁중음악 들으며 세파 찌든 마음 여유롭게… /여민락·종묘제례악 등 화평정대한 소리 선사/30년대 이후 사용단절 대쟁·향비파 다시 연주도옛날 임금의 거둥이나 대궐의 잔치, 왕실제사에는 반드시 음악이 따랐다. 세종대왕때 기록에 따르면 임금이 납실 때는 200명 이상의 악사가 뜰에서 음악을 연주해 대궐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과 왕실이 망한 뒤로 궁중음악은 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듣거나 아는 이가 드문 음악이 되어버렸다.
궁중음악 보존의 임무를 띤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은 18일과 19일 하오7시30분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600년전의 궁중음악을 재현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첫날 「여민락」과 거기서 갈라져 나온 「여민락만」 「여민락영」 「해령」을, 둘째날 종묘제례악 전곡을 연주한다. 특히 1930년대 이후 사용이 끊겼던 향비파와 대쟁 두 악기가 60여년만에 다시 연주된다. 박물관에 남아 있던 것을 이번에 옛 것대로 새로 만든 것이다. 향비파는 거문고처럼 술대로 쳐서 소리를 내는 다섯 줄 현악기이다. 대쟁은 가야금처럼 왼손으로 누르고 오른손으로 퉁기거나 뜯는데 줄은 열다섯이다. 음역을 가야금과 비교하면 향비파는 한 옥타브 높고 대쟁은 한 옥타브 낮다.
여민락은 잔치때 왕실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를 선율에 얹어 노래하던 곡인데 지금은 기악곡으로만 남아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은 왕실사당에 제사를 올릴 때 쓰던 음악이다. 「보태평」과 「정대업」 두 부분으로 나뉘며 노래와 춤, 기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곡이다. 종묘제례악을 할 줄 아는 데라곤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 뿐인데 전곡 연주는 여기서도 거의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정악연주단 예술감독 정재국씨는 여민락과 종묘제례악에 대해 『우람하고 꿋꿋하며 소리가 거칠거칠하면서도 귀를 씻어 준다』고 설명하면서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이 판치는 요즘 느긋하고 화평정대한 옛 음악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여유를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수라장같이 바삐 돌아가는 세상을 한 걸음 늦춰 보는 재미를 누려볼 만하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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