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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우주인 영예 당초 내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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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우주인 영예 당초 내몫이었다”

입력
1996.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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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티토프 첫 우주 비행 35돌 맞아 공개/소 「영웅만들기」 집착 발사 3일전/용모준수한 가가린으로 전격교체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을 떠난지 12일로 꼭 35년이 됐다. 러시아 우주 과학자들은 이날을 자축이라도 하듯 지난 10일 카자흐의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미통신위성 아스트리IF를 프로몬 D-1-E로켓에 실어 궤도에 올렸다. 러시아 우주센터가 서방국가의 통신위성을 유럽상공에 쏘아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우주비행 35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른 사람을 꼽으라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원 게르만 티토프라 할 수 있다. 그는 가가린을 제치고 세계 첫 우주인이라는 영광을 차지할 수도 있었으나 「운명의 여신」에게서 버림받았던 「비운의 주인공」이다. 마지막까지 가가린과 첫 우주비행사 선발경쟁을 벌였던 그가 최근 35년전 상황과 당시의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아 화제다.

티토프는 우주선 발사를 3일 앞두고 첫 우주비행사로 가가린이 선발됐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그 순간 자신은 까무러칠 뻔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가가린과 같은 수준의 비행능력을 갖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가가린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주센터에서 후보자들의 교육을 맡았던 교관들은 티토프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티토프가 가가린보다 더 똑똑했으며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한층 적극적이었다는 것.

이처럼 특별히 눈에 띄는 특징이 없었던 가가린이 첫 우주인의 영예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준수한 용모덕이었다고 티토프는 주장한다. 인민의 「영웅 만들기」에 집착했던 구소련지도부는 TV카메라나 각종 화면에 잘 받는 가가린을 지목했다. 얼굴 때문에 두 사람의 운명이 갈라졌다는 사실은 우주개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또다른 애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입장이 재역전될 뻔한 순간도 있었다. 가가린의 몸무게가 너무 무거워 그가 탑승하면 우주선 총중량이 기준보다 1.4㎏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몸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티토프로 바뀐다는 말이 나돌았으나 끝내 소문으로 그쳤다.

가가린은 결국 첫 유인우주선 보스토크 1호에 몸을 실었고 티토프는 그해 8월 6일 보스토크 2호로 우주비행에 나섰다. 첫 우주비행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가가린은 68년 비행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후 티토프는 「우주영웅」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는 안된다는 고위층의 지시로 비행을 금지당했다. 『우주여행은 마약과 같다. 한번 경험하면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티토프는 첫 우주인으로 선발되지 못한 것보다 우주비행을 한번으로 그친게 더 억울하다고 말한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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