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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시점「선심성 정책」세심한 검증아쉬워(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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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시점「선심성 정책」세심한 검증아쉬워(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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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 큰 「DMZ 이슈」도 신중하게 다뤘어야지난주는 제15대 총선이 있었고 「한국 신문 100주년」을 기념하는 주간이기도 했다. 새로운 한 세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언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세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한 조직체 내에서 말이나 글, 대화라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 사회 전체로 보더라도 구석구석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흘러야 사회가 편안하다.

자연스런 소리의 흐름이 좋은 음악을, 자연스런 의미의 흐름이 좋은 글을 이루는 이치와 다를 바가 없다. 사회의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일시에 다수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할 필요성이 생김에 따라 대중매체가 등장했다. 대중매체를 통한 언론은 사회 안에 흐르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큰 흐름이다. 그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언론에는 독특한 자유가 주어지고,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차이가 있다.이런 시각으로 총선에 대한 한국일보의 지난주 지면을 살펴보았다.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첫번째는 유권자의 선택이 자연스럽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이 많아야 할 것이다. 선관위의 공식 홍보물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특별취재반이 각 지역, 각 유세장의 상황을 전달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두번째 유권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이 적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유권자들의 자연스런 선택을 방해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역대 선거를 되돌아 보면 부자연스런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조장하는 쪽은 정부권력이었다. 선거과정에서 정부가 엄정 중립을 유지해야만 유권자들의 선택이 자유로울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부 권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합법을 위장하고 있다.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정부측의 언행을 언론이 신중하게 살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으로 볼 때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선심성 정책 발표, 방송매체를 동원한 여당에 힘 실어주기, 그리고 북한 관련 위기상황의 과장을 3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수단의 여지는 없었는지 한국일보 지면을 살펴보자.

정부의 정책발표를 눈에 띄는 대로 몇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5급 승진시험 부활(4일), 공공임대주책 계획보다 1만가구 증설―융자금 500만원 늘려 지원(4일), 중산층 노인용 임대주택 추진(9일), 중소 병·의원 전문병원 육성(9일), 경인 분당 일산선 전철 배차간격 단축(10일), 중앙고속도로 미착공 2곳 공사착수(10일)등은 모두 정부가 뭔가를 해 주겠다는 내용들이다. 정부측의 발표를 그대로 옮겨 놓기 보다는 이 때 발표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었는지에 대해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었다.

방송을 통한 여당 도와주기는 아픈 기억으로 우리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신문은 방송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 KBS는 장애인의 날(20일) 예정했던 「장애인 가요제전」을 갑자기 6일로 앞당기고, MBC는 8∼9일 예정했던 「겨울기행, 압록강 두만강 3,300리」를 해명없이 16일로 연기했다. 문화방송의 파업에 대한 시각도 그렇고, 석연찮은 이유들로 프로그램이 바뀐 사연들에 대해서도 한국일보는 지적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도 대북 관련 이슈가 선거과정에 부자연스럽게 개입한 사례로 기록되고 말았다. 12일자 2면의 머리기사 표제처럼 「북풍」이 「장풍」을 잠재웠고, 「DMZ돌풍」이 승패를 갈랐다면(5면), 그리고 장명수칼럼의 해석대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전쟁 위험」보다는 「선거에 미칠 영향」에 쏠렸던 게 사실이라면 한국일보는 「북풍」을 보다 신중하게 다뤘어야 했다. 7일자 1∼5면의 머리기사, 이후 매일 3∼4개면의 머리 내지는 사이드 기사가 「북」에 관한 내용이었다가 선거 다음날 지면에서는 어떻게 변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자유로운 언론, 책임있는 신문」은 올해 신문주간의 표어이다. 자유롭고 책임있는 신문을 갖게 될 때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스러워지고 우리는 자유로움을 느낄 것이다.<이의정 전남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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