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 변호인들 태만 “내아들 어쩌나요”/절도 10대 부모 피해자와 합의/1·2심 변론서 반영안돼 실형/합의서 찾아보니 변호사 책상속에신용카드를 훔친 혐의등으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를 봤으나 변론을 맡은 1,2심 국선변호인들이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는 바람에 합의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형량이 선고된 사실이 14일 밝혀졌다.
강원도 강릉에 사는 어모씨(53·여)는 지난해 11월 하모씨(34·서울 금천구)가 분실한 카드를 주워 2백여만원어치 물건을 구입한 혐의(절도)등으로 구속기소된 아들 엄모군(19)을 위해 상경, 피해자 하씨를 찾아가 피해액을 변상하고 합의서를 받아냈다. 어씨가 피해자 하씨로부터 「엄군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받아낸것은 재판부에 제출할 경우 참작사유가 돼 아들의 형량을 줄일수도 있다는 주위의 권유때문이었다. 어씨는 이 합의금을 마련키 위해 석달동안 파출부등 궂은 일을 해가며 돈을 벌어야 했다.
어씨는 지난 1월 결심공판이 열리던 날 아들의 변론을 맡은 국선변호인 Y모 변호사를 찾아가 합의서를 건넸으나 Y변호사는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1심재판부인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보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장기 14개월, 단기 10개월의 실형을 엄군에게 선고했다.
엄군은 이어 2심인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P모 변호사에게 『피해자와 합의를 봤다』고 말했고,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항소부도 P변호사에게 합의서가 있으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P변호사도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2일 장기 1년, 단기 8월의 실형을 엄군에게 선고했다.
어씨는 나중에서야 재판부에 제출돼야 할 합의서가 1심의 국선변호인 Y변호사의 책상서랍에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았을 뿐이다.
Y변호사는 이에 대해 『사무원들의 사무착오로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못했다』며 『이 문제와 관련, 어씨에게는 그 후 충분한 보상을 해줬다』고 말했다.
P변호사는 『엄군을 접견할 때 합의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법정에서는 재판장이 엄군에게 합의했는지를 물었는데도 엄군이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아 접견때 거짓말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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