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강풍 조짐에 모종 결심설까지 대두기로의 허주. 신한국당이 총선에서 사실상 승리, 흥취에 취해있는 요즈음 김윤환 대표위원의 심사는 편치가 않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전력을 다한 TK전장의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여대가 구축된 현실에서 TK전투의 전과는 왠지 왜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서울 47석중 27석, 대구·경북 32석중 13석. 단순한 수치상으로도 신한국당이 서울에서 획득한 의석수는 대구·경북에서 차지한 의석을 압도한다. 총선전에 만선의 귀환을 그리며 빈 배로 내려갔으나 서울로 올라오는 배에는 미진함이 차있었다. 물론 당초 예상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이다. 경북만을 따지면 19석중 11석을 확보, 과반수 이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서울의 여대구도 앞에서 대구·경북의 13석은 아쉬운 수준일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등 수도권의 선거를 주도한 이회창 박찬종씨 등 영입인사들의 주가가 치솟는 현실은 김대표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선거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새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그 바람은 세대교체, 정치권 물갈이 등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구여권, 민정계 보스 등의 이미지로는 새 바람을 담아내기가 어색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그가 총선후의 새 판에 부적합하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조만간 대권경쟁의 불이 지펴질 수밖에 없고, 영입파와 당내파의 힘겨루기가 가열되는 상황에서는 김대표의 타고난 친화력, 조정과 타협력은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여권핵심부가 당분간 대권논의를 잠재우려고 애쓰는 대목에서도 허주의 역할론은 배가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김대표가 어느정도 마음을 비워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권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면, 그는 거중조정자의 위치에 서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대표는 아직 흉중을 열어보이지는 않고 있다. 14일 낮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안에서도 그는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귀경후에도 부인 이절자 여사와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등 정치적 의미가 있는 특별한 모임이나 행보를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입을 다물고 있는 그의 신중함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미 모종의 결심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주변 인사들도 『물이 흐르듯 순리대로 움직이지 않겠느냐. 김대표는 허주라는 아호 그대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비웠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대표는 15일 당사에서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총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중에 예정된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김대표는 어떤 형태로든지 김영삼 대통령에게 의사표시를 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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