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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까지 따라간 “질긴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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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까지 따라간 “질긴 악연”

입력
199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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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홍준표씨 총선 거치며 더깊은 골/이부영·이동복씨도 「훈령사건」 으로 반목15대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여야의 선량들 가운데 「악연중의 악연」을 꼽으라면 자민련 박철언부총재(대구수성갑)와 신한국당 홍준표씨(서울송파갑)의 경우가 단연 두드러진다. 또 박부총재가 정치와 인연을 맺어준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중도에서 다른 배를 타게된 신한국당 강재섭의원(대구서을)과 박부총재와의 인연도 썩 좋은 편은 못된다.

박부총재와 홍씨의 인연은 93년 서울지검 강력부검사였던 홍씨가 「슬롯머신」사건을 맡아 당시 국민당의원이었던 박부총재를 구속기소하면서 뒤틀렸다. 자신이 검사출신으로 「6공의 황태자」로 불리면서 출세가도를 달려온 박부총재는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반대로 홍씨는 이 사건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한때 주춤하는듯 하다 신한국당 공천으로 결국 그때의 명성을 바탕으로 금배지를 달게 됐다. 두 사람의 악연은 오히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했다. 홍씨는 유세과정에서 박부총재의 2백50억원대 축재의혹을 흘렸고 박부총재 진영에서는 「어디 두고보자」며 감정섞인 반격에 나섰던 것.

이번에 3선이 된 강의원은 박부총재와는 경북고 서울대 검찰로 이어지는 3중의 인연에도 불구, 결국 갈라서게 된 경우다. 한때 「바늘과 실」로 불리기도 했으나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후보와 불화를 빚은 박씨가 민자당을 탈당, 국민당으로 말을 갈아 탔을 때 강의원은 예상을 뒤엎고 잔류를 선언했다. 이후 강의원은 대변인과 총재비서실장을 거치는등 승승장구했고 박부총재는 영어의 몸이 됐다 이번에 재기에 성공, 강의원과 홍씨를 의정단상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박부총재는 자칭타칭 거물이고 강의원은 3선, 홍씨는 정치신인이지만 세 사람 모두 검사출신으로 전공이 같아 법사위에서 여야로 맞서 활동하게 될 공산이 크다. 때문에 세 사람간의 과거 앙금과 애증이 의정활동에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지역구는 아니지만 역시 자민련에서 전국구로 당선된 이건개씨도 93년 당시 대전고검장 재직때 슬롯머신사건에 연루,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어 홍씨와는 남못지 않은 악연을 갖고 있다.

이와함께 같은 야당이긴 하지만 민주당 이부영부총재(서울강동갑)와 자민련 이동복대변인(전국구)도 껄끄러운 사이임엔 틀림이 없다. 재야운동권 출신인 이부총재는 김일성 조문을 주장하기도 한 「대화론자」로, 다년간 대북업무에 종사해온 이대변인은 명철한 「보수론자」로 통한다. 그러나 이념적 색깔보다는 93년 당시 이부총재가 남북고위급회담 훈령조작사건을 폭로, 당시 안기부장특보였던 이대변인을 지목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이대변인은 이때문에 사표를 내고 소위 「낭인」생활을 하기도 했다. 한편 두 사람은 이번 15대에서 모두 통일외무위를 택할 것으로 보여 이들이 펼칠 치열한 통일논쟁도 주목되는 대목이다.<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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