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선수가 마라톤 선수생활을 마감한다고 선언했다.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식으로 은퇴를 발표한다. 어렵고도 고독한 결정이었으리라. 「구차하게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기 보다는 스포츠맨답게 깨끗이 은퇴하겠다」는 그의 말에 국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정말 컸다. 그가 올림픽 2연패란 꿈을 실현해 줄 것으로 믿었다. 이러한 기대를 뒤로 하고 마라톤 선수로서 전성기인 26세에 마라톤 슈즈를 벗기로 한 결정은 그에게도 커다란 아픔이었을 것이다. 상황을 이처럼 몰고온 육상경기연맹의 안이한 행정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육상경기연맹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올림픽 출전선수 3명을 「지난해 조일마라톤과 96동아마라톤의 기록순으로 뽑는다」고 못박은 어처구니없는 기준을 마련했다. 스스로 선수선발의 융통성을 없애 버렸다. 륙련(육련)이 두 마라톤대회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있게 3명중 한명은 그동안의 실적등을 감안해 추천한다고 했으면 황선수의 은퇴라는 불행한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42·195란 장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은 기록경기이면서도 꼭 그렇게만 단정할 수 없는 면을 지니고 있다. 코스의 난이도와 기온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항상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이 출전선수 3명중 한명은 그동안의 실적과 더위에 강하다는 이유로 35세의 노장선수를 뽑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육련은 이 점을 너무 간과했다. 애틀랜타 마라톤 코스는 굴곡이 많은데다 섭씨 28도의 무더위속을 달려야 한다. 이같은 조건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황영조다. 실적이 이를 말해 준다. 그는 91년 7월의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를 비롯, 92년 8월의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94년 10월의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 모두 28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이겨내고 승리를 안았다.
육련은 융통성없는 기준을 마련한 불합리성을 인정하듯 황선수를 예비선수로 선발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것이 또한번 황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미 선발된 3명에게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황선수로서는 3명중 한명을 희생시키고 출전한다고 해도 우승하지 못할 경우에 쏟아질 비난을 생각하면 예비선수 선발은 오히려 그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황선수를 은퇴선언으로 내몬 육련의 비전없는 행정엔 분노마저 느껴진다. 그만큼 국가의 명예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긍지를 심어준 선수도 없다. 올림픽에서 한번 우승하기도 어려운데 2연패는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그 찬스가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스스로 그 기회를 박차버리고 있는 것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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