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감정은 우리가 추방해야 할 망국병이라고 다들 입으로는 외치고 있지만 속다르고 겉다른 속성 때문인지 고쳐지지 않는 고질이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인 지역갈등은 선거때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이번 15대 총선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투표결과를 보면 신한국당은 부산과 경남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광주와 전남북에서 그리고 자유민주연합은 대전과 충남북 지역에서 거의 석권하거나 절대적인 우세를 보였다. 실로 오랫동안 한국정치를 주물러 온 소위 3김씨의 아성이 예나 지금이나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개표실황방송 때 그 지역이 나오면 시청자들은 짜증을 낼 정도로 투표성향이 고정되어 있다. 사실 당선자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그 지역의 개표상황은 비쳐줄 필요도 없다. 싹쓸이나 몰표로 불려지는 표의 편중현상을 보면 화만 날 따름이다. 3김 청산의 새 정치를 부르짖고 나섰던 민주당이 이들의 지역 전쟁 틈바구니에서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만 하다.
3김의 정치적 노예가 되어버린 이들 3개지역의 유권자들은 무조건 반김영삼분위기로 돌아서버린 대구 사람들과 함께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를 듣게도 되었다. 양식있는 사람들이 바라던 최소한의 상식선의 결과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무조건 좋고 무조건 싫다는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에 젖은 지가 너무 오래된 탓인지 이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감각이 무디어지다 보니 오히려 당연한 줄 알고 있다.
이런 추세는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도 계속될 것이 뻔하다. 지역감정이 정치와 선거 때문에 점점 악화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큰 불행인데 반쪽이 또 사분오렬(사분오열)되면 어쩌자는 노릇인가.
이러한 지역할거주의는 다른 병폐도 많지만 특히 정치수준의 저하를 가져와 결국은 선진화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해 주고 있다.
이는 3김의 굴레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서울 지역의 선거 결과와 비교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서울 지역에서는 구태(구태)와 구습(구습)에 젖은 중진의 직업 정치인들이 대거 탈락되고 대신 참신한 전문인 출신의 신인들이 많이 등장해 박수를 받고 있다. 자민련 소속은 당선자가 없고 국민회의도 숫자가 대폭 줄었다는 것은 서울 유권자의 선택에서 기성 정치의 틀인 3김시대가 퇴조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3김의 아성에서는 선거를 통한 신진대사나 세대교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천이 곧 당선이다. 다른 정파에서 아무리 좋은 사람을 내세워도 무조건 외면하고 만다.
김씨들과 그들을 떠받드는 지역 사람들은 국가발전이라는 큰 정치를 한번 색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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