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초반우세 지켜보던 아버지 끝내 숨져/“간병 고사하고 임종도 못지켰는데…” 울먹15대 총선의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막 시작된 11일 하오 8시께. 강원 태백·정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경덕씨(45)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비보를 접했다. 위암으로 3개월째 입원중인 아버지가 막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었다.
서둘러 서울 한양대병원에 다다를 즈음, 당선자와 4천여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선을 하면 아버지가 당장 병을 떨치고 일어날 것 같은 희망으로 선거운동에 임했던 장씨는 동시에 찾아온 부음과 낙선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듯 했다.
『선거운동 한다면서 제대로 간병 한번 못하고 임종마저 지켜보지 못했으니 이 불효를 어떻게 갚아야 합니까』 빈소에 선 장씨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경험도 없고 조직도 없는 장씨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16년동안 인술을 펼쳐온 강원 태백·정선 지역 주민들의 권유 때문. 장씨는 한양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공중의로 태백시 보건의료원에 근무하다 광원들의 진폐증을 치료해온 것이 인연이 돼 이곳에 정착했다.
장씨는 아픈 곳을 다독거리고 썩은 것을 도려낸다는 의미로 「인술정치」를 구호로 내걸었다. 그는 현역의원이 2명이나 출마한 태백·정선에서 조직과 재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선전했다.
『이 못난 아들의 당선 소식을 들을 때까지는 눈을 감지 않겠다며 병마를 견디셨는데… 그나마 개표 초반에 우세한 상황에서 돌아가셨으니 조금이라도 편안히 눈을 감으셨기를 바랄 뿐입니다』
향년75세로 타계한 장씨의 선친 장영기씨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외과의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임했다. 이어 일본 후쿠시마현 노인병원에서 일하던 중 7년전 위암수술을 받아 회복됐으나 병이 재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화제의 당선자, 정치 신인들의 출사표가 조간신문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13일 상오 8시. 장씨는 빈소를 떠나 장지인 경기 포천 통일동산묘지로 향하는 부친의 상여 옆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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