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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교육풍토(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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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교육풍토(천자춘추)

입력
199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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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에서 헤매는 학생들을 보면 누구보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온다. 도시락도 보통 두서너 개 싸가지고 다닌다. 개중에는 다시 밤 늦게 학원에 가거나 특별과외를 받는 학생도 있다. 그래서 집에 오는 시간은 다음 날 새벽이 되게 마련이다. 책을 보거나 하루를 반성해 보는 사색의 시간은 물론 편안하게 잠잘 생각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뭔가 잘못되어도 아주 잘못된 느낌이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대입제도와 극단적인 학벌주의, 그리고 학부모들의 마음가짐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지난 해 입시정책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직 요원하다. 정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열매를 거둘 수는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육풍토가 잘못된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개인의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다. 그리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킴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욕망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의 능력과 수준은 애써 높여 놓고 또 내친김에 소질과 적성은 무시한채 부모 욕심대로 법대 아니면 의대 공대를 강요하는등 그야말로 삭막한 대입전선에 자녀들을 무작정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품성이 삭막할 수 밖에 없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출세하고 돈도 벌며 나아가 좋은 배우자들을 만난다는 그릇된 생각들이 은연중 그들을 지배하고 만다. 그러나 어디서나 낙오자는 있게 마련이다. 모범생의 대열에서 낙오되면 결국 나쁜 길로 빠지고 만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며 더러는 범법자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이제 부모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삭막한 시대에 사람답게 사는 길을 무엇보다 먼저 가르쳐야 한다. 건강한 사고와 바른 심신을 지닐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욕심을 더 내자면 영어 수학보다 피와 살이 되는 동서고금의 좋은 책을 읽게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서가의 장식품으로서의 고전이 아니라 직접 읽어서 마음의 양식을 얻도록 해야 한다. 바로 올해가 「문학의 해」가 아닌가!<임동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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