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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김종필씨의 선택(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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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김종필씨의 선택(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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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으로 군인들이 정권을 잡은지 삼십년만에 민간인 출신 대통령을 맞았을때 우리는 깊은 감회를 느꼈다. 군사통치의 긴 터널을 벗어나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감개무량함이 가슴에 가득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문민대통령」에 이어 품은 소망은 「정권교체」였다.정부수립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는 한번도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다. 학생혁명과 군사쿠데타로 정권이 바뀐적은 있으나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는 없었다. 야당이 선거에서 여당을 누르고 집권할수 있을때 우리의 정치는 한단계 올라갈 것이다. 친여든 친야든간에 『정권 한번 바꿔 보자』는 말의 중요성을 모를 사람은 없다.

4·11 총선 결과는 명백한 여당의 승리다. 여당은 과반수 의석에서 11석이 부족한 139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득표율도 34.5%에 머물러 표면적으로는 여소야대의 벽을 깨지 못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든든해진 당은 신한국당이다. 신한국당은 오랜 야도(야도)인 서울에서 47개 의석중 과반수가 넘는 27개 의석을 차지했고, 종로, 중구, 강남갑등 상징성이 강한 지역에서 압승하여 승리를 더욱 빛냈다.

장학로파문으로 고전하던 신한국당이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은것은 선거직전에 터진 판문점사태와 대학생들의 격렬한 시위가 혼란에 대한 경계심을 불렀고, 야당에 몰표를 던졌던 6·27 지방선거에 대해 균형을 잡으려는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야당들은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야당들은 여당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 하나로 스스로의 도덕성 검증을 게을리했고, 『그래도 여당보다는 깨끗하다』고 우겼고, 유권자들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도 싫증낼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고, 툭하면 선명성을 내세워 적전분열을 일삼아 왔다. 「야도 서울」의 민심이반은 김정일탓만이 아니다. 여당에 비해 상대적인 인물난을 겪을수밖에 없는 야당은 도덕적인 우월성과 참신함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김대중, 김종필씨는 이제 한국정치에 대한 책임감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정권교체를 못하는 한이 있어도 영향력을 포기할수는 없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들은 자기자신을 버리고 진실로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가야 한다. 4·11총선 결과에서 그런 교훈을 읽지 못하고, 『정권 한번 바꿔보자』는 국민다수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그들은 특정지역을 대표하는 야권 지도자로 정치생명을 끝내게 될지도 모른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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