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캠퍼스 숨쉴 곳이 사라진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캠퍼스 숨쉴 곳이 사라진다

입력
1996.04.13 00:00
0 0

◎대학평가제 이후 강의·연구동짓기 급급/동아리방·녹지대·운동장 등 점점 “좁은땅”대학에 숨 쉴 곳이 없다. 빈 강의실에서 그룹스터디나 연극리허설을 하고, 소나무 숲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아득한 옛일이 돼버렸다. 넉넉한 공간의 동아리방은 터무니 없는 희망사항일 뿐 한 방에 두세 집 살림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콘크리트 건물만 빽빽하고, 강의실도 좁아 터져 초등학교 교실마냥 콩나물 시루같다. 이같은 풍경은 교육여건을 평가하는 대학종합평가제에 원인이 있다. 대학들은 건물을 쉼없이 짓지만 학생들의 자치·문화공간을 늘리는 데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매년 50∼100명정도 채용한 교수들에게 연구실을 내주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 7개 단과대학이 있지만 자기 건물을 가진 단과대학은 하나도 없다. 행정사무실 강의실 학생회실등이 곳곳에 뒤섞여있다. 20여개 동아리가 환풍기 시설도 없는 노천극장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수연구실도 크게 모자라 이 건물 저 건물 가리지 않고 여유 공간마다 무질서하게 들어서있다.

서울대 공대 일부학과는 과방이 없어 여자화장실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고, 자연대는 계단이나 통로일부를 탁자등으로 막아 동아리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방이 없는 동아리들이 모임을 갖기 위해서는 빈 강의실을 찾아야 하는 데 이 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에는 문과대학 로비의 반을 잘라 문과대 사무실을 만든데 대해 학생들이 반발, 단식까지 했다. 고려대는 학생회관내 방 1개를 칸막이로 나눠 4∼5개의 동아리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공대의 경우 실험실이 부족해 밤 10시까지 강의를 짜 놓았다.

캠퍼스내 녹지 공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강대는 정문좌측의 소나무 숲을 없애고 연건평 4,670평규모의 미디어센터를 짓고 있으며, 학생들의 집회장소였던 청년광장은 곧 대규모 주차장으로 뒤바뀔 운명에 처했다. 연세대는 사회과학대 뒤편 녹지대에 상대신관을 신축, 완공을 앞두고 있고 교내 순환도로도 만들 예정이다. 고려대도 건물사이의 자투리 땅을 활용, 이과대 교우회관 국제관 종합강의동등 9개 건물을 짓고 있거나 곧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고려대 최혜원씨(20·간호학과2)는 『무분별하게 건물이 신·증축되면서 기존의 휴식공간 녹지공간 운동장등이 줄어들어 대학이 아파트촌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윤태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