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메시지는 세대교체와 함께 낡은 정치의 틀과 관행, 그리고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정치가 높은 생산성으로 시대변화에 부응,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10여명의 다선·중진의원들이 대거 탈락하고 초선된 신인이 전체의원의 49·8%인 1백49명이나 되는 것은 바로 정치의 체질개선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투표결과는 참으로 절묘했다. 어느 정당에도 산술적으로는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각기 다른 성적표를 안겨주었다. 신한국당의 경우 최대목표인 과반수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1백39석을 얻은 것은 선전한 것이다. 이는 수도권에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적극공세를 벌인 전략이 주효하고 북한의 도발에 따른 「북풍」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의석확보는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성과와 역사 바로세우기 등을 인정, 안정속에 지속적인 개혁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1백석을 장담했던 국민회의가 79석에 그친 것은 「불진」(부진)임에 틀림없다. 작년 지방선거때 석권했던 수도권서 우위를 지키지 못한 것은 독창적인 공약없이 장학로비리등에 너무 의존한 안이한 선거전략 때문이다. 국민에게 중심이 없는 정당으로 비쳤던 민주당은 수뇌급의 대거낙선으로 참패했으며 대구·경북지역서 세력을 늘린 자민련의 50석획득은 약진이자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선거결과는 여야, 특히 3김씨에게 새 숙제를 안겨주었다. 김대통령은 개혁지속과 원만한 국정운영도 그렇지만 원내 안정세력확보와 함께 대통령후보 선정작업과 관련, 중진들에 대한 교통정리와 당정비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김대중국민회의총재는 1백석 미달에다 자신의 원내진출이 좌절됨에 따라 당지도력의 약화속에 인책론까지 제기되어 대권도전에 큰 시련을 겪게 될 것같다. 김종필자민련총재의 경우 내각제를 내세우며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사이의 완충역을 할 수 있겠지만 세대교체론은 역시 큰 부담이 될 것이 틀림없다.
현재 상태로는 어느 당도 주도적으로 정국을 이끌 수 없기 때문에 안정세력의 구축을 위해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개편은 어디까지나 정치발전과 국가안정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3김씨의 입지확보 등 정략적 계산하에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각당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나 지역을 볼모로 하여 싹쓸이를 즐기고 거기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는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선거후 각당의 자기쇄신 노력을 지켜 볼 것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다음 대선에서 응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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