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총선 투표가 마감된 직후 발표된 방송사들의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는 한동안 세상을 발칵 뒤집어 엎는 듯한 충격을 던졌다. 과반수를 결코 넘지 못할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신한국당이 무려 1백75명의 당선자를 낼 것이라는 예보를 때린 것이다. 각당의 예상 의석수뿐만 아니라 2백53개 지역구별로 득표율 1위 예상자명단까지 죽죽 서슴없이 읽어 내려갔다.이를 보고 들은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예상외의 투표결과 자체에 놀랐고 그처럼 신속하게, 투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당선예상자 명단까지 한군데도 빠짐없이 발표할 수 있는 방송사의 신통력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잠시뿐이었다. 무슨 신기한 첨단기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투표자의 전화설문에 의한 조사라는 사실에 과연 얼마나 정확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의문은 적중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엄청난 오차가 드러난 것이다. 한마디로 엉터리조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여소야대의 예상이 깨어지고 여대야소 현상이 나타났다고 흥분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표실황중계를 통해 여소야대로 나타나자 방송사의 어처구니 없는 오보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동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엄청난 실수다. 여기에 참여한 몇몇 여론조사기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확성과 공정성 그리고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도대체 이런 실수를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방송사측은 이 해프닝에 대해 전화조사에 응답하는 투표자들이 상당수 거짓말을 했고 또 출구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선거법규정을 탓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정확하지도 않은 전화조사결과를 왜 발표했는가. 정확한 출구조사를 못했다면 발표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신속보도를 위한 방송사의 충정과 노력은 이해하지만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오보의 기록을 남긴 셈이다. 외신들도 그 첫보도를 인용하여 타전했으니 국제망신까지 면할 수 없게 되었다.
굳이 사전 신속보도를 하려면 투표소 5백 밖에서만 출구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선거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출구조사로도 오차가 예상된다면 사전보도는 안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청자들도 몇시간 일찍 알기 위해 부정확한 보도를 접하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정확하게 아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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