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시민사회 향한 다양한 목소리 담아/삶의 시야 확대 내일위한 마음가짐 새롭게이제는 시민사회니 시민운동이니 하는 말이 제법 친근하게 들려 온다. 시민사회란 한 마디로 성숙한 민주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민사회는 책임과 권리가 분명하고 양심과 정의가 기반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러므로 시민사회는 평화를 지향하고 평등을 이루며 열심히 토론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공동의 이해를 만들어 간다. 그런데 우리는 짓누르려는 권위가 거세게 몰아쳐 올 때면 그 앞에서 무력해졌고 설득력 있는 논의보다는 목청을 돋우는 사람앞에서 맥없이 물러서곤 했다.
우리가 정말 기다리던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한 읽을거리로 한국사회교육원이 「시민을 위한 작은 책」시리즈를 발간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이다. 100쪽 안팎의 포켓판으로서 이 시리즈는 제1권 「한국 시민사회의 이해」 , 제2권 「지방화와 지구화 그리고 시민운동」, 제3권 「탈냉전시대 아시아 시민운동의 과제」, 제4권 「일본 시민운동과 지방자치」를 펴내고 있다. 장정도 예쁘지만 편집도 독특하다. 두세 사람의 전문인의 글과 함께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본문에 대한 부연설명, 본문내용과 대립되거나 다른 의견의 제시, 본문에 대한 의문의 제기, 또는 일정한 합의에 이르는 의견등을 구별하여 제시함으로써 여럿이서 함께 책을 읽어 나가는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독자의 의견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어 보는 듯하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시민의 기분을 낼 수 있고 또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무료함을 지적으로 달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들은 내일을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여야 하며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가를 차근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시야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리로부터 아시아의 넓은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정책대결보다는 상대편에 대한 비방에 열을 올렸던 제15대 총선이 막 끝났지만 우리의 뒤가 너무나 께름한 것은 우리가 아직도 「시민」이 되어 있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에서 최장집교수가 말하고 있듯이 「민주주의는 시민이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만큼 진전될 것이다」라는 뜻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다원화해야 할 민주사회가 어느 일방적인 힘, 때로는 엘리트의 힘에 의하여, 때로는 보수주의에 의하여 끌려가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포기하기도 해오지 않았는가. 우리의 과제는 이제 90년대 이전의 민중을 어떻게 시민으로 끌어 올려 새로운 시민사회를 지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진실로 지방화시대를 확립해가고 국제화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길이기도 하다. 정치운동이 아니라 시민사회운동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깨우칠수록 우리의 사회적 과제도 하나하나 우리의 힘으로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이재정 성공회대 총장>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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