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바탕 「동병상련」 공조 나설수도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기로에 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각기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던 두 김씨는 이번 총선에서 약진을 통해 97년 대권도전 발판을 구축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총선결과가 여의치 않자 양김씨는 자신들의 대권구도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DJ(김 국민회의총재)는 호남텃밭을 지키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대권도전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수도권 목표의석 달성에는 크게 못미쳤다. 특히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했던 서울에서 참패는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그가 자력으로는 대권도전에 나서기는 어렵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계은퇴번복과 민주당분당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상상외로 가혹했던 것이다. 그는 국민회의창당후 3김정치종식과 세대교체론에 맞서 이미지 쇄신노력과 함께 견제론, 세대조화론등을 내세워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JP(김자민련총재)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원조론과 내각제개헌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텃밭인 충청지역외에 대구·경북 및 강원지역에서 선전, 여소야대 3당정립구도를 실현해 정국의 중심축으로 부상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TK및 강원지역등에서 기대한 만큼의 의석을 얻지못해 정치적 위상은 적지않게 손상받게 됐다.
앞으로 양김씨가 자신들의 정치적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지 이번 총선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두사람이 자신들의 텃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당분간 정국추이를 관망하면서 동병상련식의 공조를 통해 재기를 모색할 수도 있다. 이때는 내각제 개헌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공조가 성공한다면 두 사람의 정치적 수명은 일단 97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당안팎에서 두 사람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야권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DJ는 그동안 이번 총선결과와 국민여론을 보고 연말께 대선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총선참패로 거취결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가 또다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2선으로 물러난 뒤 새로운 인물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상황을 상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조순서울시장 등이 DJ의 후계구도상의 관심 인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JP의 사정은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그도 이번 총선부진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전국구 공천파동과 관련, 비주류측으로부터 인책사퇴론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히 텃밭인 충청권의 장악력약화로 정치적 입지가 다소 취약해진 상태이다.
어쨌든 이번 총선패배가 김씨 정치시대의 종식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분명한 것같다.<이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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