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영화광고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영화의 주요 장면이나 주연배우, 감독을 부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통념을 「노란문 미디어」라는 광고제작사가 깼다. 최근 국내에서 상영된 「닉슨」의 TV광고가 그것이다. ◆이 CF는 첫 장면에 일곱살의 우리나라 어린이가 나와 『난 대통령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실 어릴 때 『너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면 어른들은 으레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한가지 행위에 우리 사회의 권력지향적 의식구조가 모두 함축돼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말에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살 어린이의 꿈처럼 진실로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그 국민의 행복이기도 할 것이지만, 이제 우리는 대통령이 가장 잘난 사람이라는 권위주의적 통념에서 깨어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계 밖의 다른 여러 분야에도 얼마든지 대통령 만큼 잘난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정치지도자들과 국민이 서로 서로 인정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현대 민주국가로 공인받기를 원한다면 이런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직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어릴 적부터의 권력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는 이제 그만해 두고 인격의 평등이 존중되는 민주사회로 변화돼야 한다. ◆「어릴 때부터 대통령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정치인이 자랑삼을 말이 아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그 일을 해 내려면 자기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할 줄은 알아야 적어도 지각있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선이 끝나고 지금부터는 대통령선거다. 그러나 이제는 맹목의 야망만으로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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